지만원과 빨갱이의 수호천사 문근영

박형기 통합뉴스룸 부장 / 입력 : 2008.11.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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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평론가 지만원씨가 배우 문근영의 기부를 두고 좌익 빨갱이의 선전선동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지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좌익 메뚜기 떼들이 문근영으로 하여금 확고한 천사의 지위를 차지하도록 한 후에, 바로 그 위대한 천사가 빨치산의 손녀라는 것을 연결해 빨치산은 천사와 같은 사람이라고 이미지화 하려는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 같은 글이 세상에 알려지자 지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지씨는 파문이 확대되자 18일 "기부 행위에 딴지를 걸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는 기부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부행위를 등에 업고 빨치산 집안을 미화하는 데 있었던 것입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근데 지씨는 무엇을 근거로 문근영의 기부와 좌익의 선전선동을 연결시켰을까요. 머니투데이는 8억5000만원의 익명의 기부천사가 문근영임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이기 때문에 이 사건의 전말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알려진 것은 12일이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날 10주년을 맞아 기부내역을 결산한 결과, 개인 최대 기부는 8억5000만원이고, 20대의 여배우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여배우는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머니투데이는 기부천사가 누구일까 궁금했습니다. 머투 연예팀은 20대로 여자이고 8억50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문근영이었습니다. 머니투데이의 김지연 기자는 다음날(13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와 통화를 갖고 문근영임을 확인했습니다. 김지연 기자는 전일에는 공동모금회 관계자가 기부자의 신분을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다음날 문근영이 아니냐고 구체적으로 적시하자 부인을 못했다고 합니다.

문근영은 자신의 기부 사실이 밝혀지길 원치 않았는데, 어떻게 좌익의 선전선동인지 지씨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졸지에 문근영이 빨갱이가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문근영의 외할아버지는 6·25전쟁 이후 지리산 일대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다 붙잡혀 5년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1971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다시 수감돼 1999년 출소했고, 2005년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 문근영의 작은 외할아버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당시 28세) 진압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합니다. 지만원씨 입장에서는 문근영의 외할아버지는 골수 빨갱이이고, 그 작은 외할아버지는 폭도일 겁니다.

지만원씨 말대로 문근영의 외할아버지는 빨갱이 맞습니다. 문근영의 작은 외할아버지는 폭도 맞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섰다는 겁니다. 그들의 사상에는 동의할 수 없을지라도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려 했던 그 정신은 훌륭한 것이고, 그것은 문근영의 기부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문근영에 따르면 처음 자신이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자 부모님은 "출연료를 받으면 수익금의 일부를 반드시 불우이웃과 북한 동포를 돕는데 사용하자"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합니다. 남을 위한 맘이 체질화된 집안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경주에는 최부자집이 있습니다. 이들이 수백년동안 부를 이어온 비결은 "흉년에 땅 불리지 말아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 없게 하라”였습니다. 결국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입니다.

경주 최부자집과 문근영 집안의 삶의 궤적은 사뭇 다릅니다. 최부자집이 전통의 수호자라면 광주 문근영의 집안은 사회변혁의 수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지씨같은 극단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서 일까요. 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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