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문근영이 내 인생을 바꿨다"(인터뷰)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4.1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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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hongga@>


김혜성은 꽃미남과에 속하지만 비슷한 또래 배우들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십대에 임신한 여자친구를 둔 영화(제니,주노)로 데뷔했으며, 교복을 입은 채 도끼를 휘두르는 영화(폭력써클)로 필모그라피를 쌓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에 모범생인양 연기했지만 그는 또 다시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다.

왜 김혜성은 엇박자의 길을 걸을까?

김혜성은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두 가지를 선택했다. 하나는 케이블채널 KM에서 '소년소녀 가요백서' MC를 맡은 것이고, 또 하나는 '후회하지 않아'를 제작한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의 연출 데뷔작 '소년,소년을 만나다' 출연을 결심한 것이다.


'소년소녀 가요백서'는 순발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었다면, '소년,소년을 만나다'는 과연 무슨 이유로 출연을 결심했을까?

김혜성은 이 작품에서 '삥'을 뜯는 불량소년에게 연정을 느끼는 고등학생을 연기한다. 동성애라는 소재도 소재지만 데뷔작부터 줄곧 학생을 연기했는데 또 다시 교복을 입는다.

"솔직히 처음에는 선입견도 있었죠. 또 학생이야라는 생각도 있었고. 하지만 이번 영화에는 대사는 전혀 없고 눈빛과 표정만으로 연기를 해야돼요. 그게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김혜성은 김조광수 대표를 만나 동성애자에 대한 선입견도 깨졌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는 데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실 김혜성은 한 때 멋모르고 카메라 앞에 섰다. 부산에서 하루하루를 친구들과 재미있게 때로는 거칠게 살다가 서울에 와서 무턱대고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도 부족했다.

'폭력써클'을 거쳐 '거침없이 하이킥'을 지난 즈음, 김혜성은 자신을 뒤돌아보기 시작했다.

10cm만 더 컸어도 달랐을 것이라는 소리나 왜 교복만 있느냐는 소리는 데뷔 때부터 지겹도록 들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그는 "계속 연연했으면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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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hongga@>


지금 김혜성이 고민하는 것은 자신의 외형에 대한 것이 아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정일우, '소년소녀 가요백서'에서는 티파니, 왜 항상 주위를 더 빛나게 하는걸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연기력은 발전하고 있는지, 아직도 제자리에 있는 건 아닌지, 머리를 싸매고 누워 생각한다.

결론은 없었다. 김혜성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충고를 들었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준비를 철저히 하고 그 결과가 어느 순간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현재 김혜성은 부산 사투리를 교정하기 위해 아나운서 수업을 받고 있으며, 연기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이제 촬영장을 가는 시간이, 연기수업을 받는 시간이, 마냥 기다려지고 즐겁다고 말했다.

'좀 놀았던' 아이 김혜성은 그렇게 어른이 돼가고 있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일도 많다. 소녀시대의 티파니와 '소년소녀 가요백서'를 진행하다보니 주위에서는 온통 티파니에 대한 질문만 한다. 정말 예쁜지, 착한지, 오래된 친구까지 전화가 온다. 그 때마다 정말 예쁘고 착하다고 답해준다.

인터넷에는 티파니와 진행을 한다는 것만으로 악플이 빼곡하게 올라오기도 한다. 그냥 보고 즐긴다.

지난해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여자친구의 실명과 사진 등 각종 인적사항이 공개됐다. 후회했고, 미안했다.

김혜성은 연예계에 발을 담근 뒤 여러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의 눈빛은 예전보다 좀 더 깊어졌다.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혜성은 말했다.

"문근영이 내 인생을 바꿨어요. 근영이가 친구들이 인터넷을 봤는데 '얼짱'이라고 하더라며 소속사에 내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 때까지는 배우가 될지도, 될줄도 몰랐죠. 근영이에게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이야기는 안했지만."

낯선 서울에서 고독을 씹을 때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부산 친구들은 이왕 칼을 뽑았으니 계속 하라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김혜성은 "요즘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정말 연기자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자가 안됐다면 하릴없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겠죠"라고 했다.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어떻게 준비하냐에 달라질 것 같고."

소년에서 청년으로 가는 길에 서 있는 김혜성이 어떤 식으로 열매를 맺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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