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새', 작곡가 꿈 좌절 후 방황하다 탄생

[이 노래, 이 사연]

김원겸 기자 / 입력 : 2006.09.21 15:09 / 조회 : 4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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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프로듀서 싸이. 이름만 들어도 유쾌한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2001년 여름, 싸이가 가요계에 등장하기 이전까지 댄스가수는 꽃미남 얼굴에 근육질 몸매를 가진 근사한 남성이 '절대 이상향'이었다. 싸이는 '두툼한' 몸집을 무기로 이런 꽃미남 가수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며 당시 '엽기' 코드가 맞물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싸이를 '엽기가수' 가수로 만든 데뷔곡 '새'. 이 '새'에는 평소 꿈꿔왔던 것이 좌절돼면서 한참을 방황하던 시기에 만들었던 곡이다.

싸이의 당초 꿈은 가수가 아닌 작곡가였다.

미국 유학시절 부모님 몰래 용돈을 모아 하나씩 사서 모은 악기로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국에 돌아올 때에도 음악을 한다는 것을 비밀로 하기 위해 세관에서 악기를 찾아다가 집에 들여놓지도 못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쓴 곡들이 싸이의 1집에 수록된 노래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싸이가 직접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곡을 주기 위해서 써뒀던 곡이었다. 그러나 싸이의 1집 수록된 노래들 중 ‘새’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을 작곡가로서 써놓긴 했으나 곡을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해 한국에 돌아왔고, 어려움 속에 작곡을 했으나 곡을 받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막막했다. 음악에 모든 것을 걸었던 싸이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싸이는 그 막막함을 ‘음주가무(飮酒歌舞)’로 달래고 있었다. 나이트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고 밤새워 춤을 추고 새벽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장국을 먹고 귀가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밤새 열심히 춤을 추었으나 이렇다 할 ‘소득’없이 쓸쓸히 귀가해 ‘새’가 된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무척이나 한심했다. 이런 휑한 마음을 표현한 곡이 바로 ‘새’.

결국 싸이는 ‘새’를 비롯해 곡을 달라는 사람이 없어 쌓이기만 하던 노래들을 모아서 결국 자신이 직접 가수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싸이는 그간의 아쉬었던 마음을 털어내며 통통한 몸집으로 독특하고 기발한 안무와 함께 ‘새’를 불렀다. 직설적인 가사에 대중은 열광했고 ‘새’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됐다.

만약 ‘새’를 다른 가수가 받아서 불렀다면 지금만큼 큰 히트를 쳤을까 상상하면 재미있다. 싸이의 몸부림과 거침없는 언행이 아니었다면 ‘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거냐 이 십원짜리야’라는 가사가 대중의 호기심을 얻을 수 있었을까? 결국 싸이에게 자신이 만든 노래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렸던 것이었다. 싸이는 ‘새’로 인해 결국 새가 되어 훨훨 날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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