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인터뷰)

영화 '암살' 안옥윤 역 전지현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5.07.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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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전지현(34)의 한 때 별명은 'CF스타'였다. 하지만 이제 어느 누구도 전지현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1997년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후 올해로 18년. 그동안 꾸준하게 활동해온 전지현의 내공이 이제야 빛을 본다는 반응이다. 결혼을 해도 여전히 여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패셔니스타이고, 광고했다하면 매진이 되는 '완판녀'이지만 전지현이 가장 욕심내는 분야는 역시 연기였다.

전지현을 만났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천송이의 현실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전지현은 백치미가 있던 천송이보다 똑똑했고, 연기에 대한 목표와 의지도 뚜렷했다.


전지현이 '별그대' 이후 내놓는 첫 작품인 '암살'은 1930년대 친일파 척결을 목표로 결성된 독립군 암살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지현은 암살단의 대장이자 백발백중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았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여자가 주인공인 블록버스터다. 22일 개봉을 앞둔 전지현은 "제가 극을 이끌고 가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국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 자체가 많지 않아요.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죠. 이건 연출자나 제작자 뿐 아니라 배우들도 마찬가지에요. 관객들이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선호한다는 의미니까요. 부담은 됐지만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이 작품을 만났다면 잘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라는 마음이 들고부터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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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사진=임성균 기자



작품의 매력도 물론 컸지만 전지현이 '암살'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연출자 최동훈 감독 때문이었다.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과 2012년 개봉한 '도둑들'을 함께했다. 당시 전지현의 심리를 꿰뚫는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에 반한 전지현은 "마음속으로 감독님이 차기작을 한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통 작업을 할 때 스스로 좋고 싫은 부분에 대해선 다른 연출자 분들과도 의견이 잘 맞아요. 그런데 최동훈 감독님은 제가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부분까지 정확하게 집어내요. 함께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나를 알아봐 주는구나'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어요. 여기에 '암살'은 시나리오도 완벽했죠.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중 가장 전지현을 흥분시킨 부분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서 펼치는 액션이었다. 전지현은 "내가 이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됐다"며 "그 장면 정말 멋지지 않냐"고 되물으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찍기 전부터 설렘을 줬던 신이에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피가 낭자한 곳에서 복수 혈극을 펼쳐나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지 않나요? 홍콩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을 제가 하고 있다니, 그런 로망을 갖고 있었는데 흥분됐죠."

물론 멋진 액션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2009년 영화 '블러드'를 준비하면서 액션을 잘하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는 전지현은 요즘도 매일 오전 1시간 30분씩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도둑들'과 '베를린'을 통해서도 탁월한 액션 감각을 보여줬던 전지현은 '암살'을 위해 사격을 배웠다. 촬영 내내 5kg 가량의 장총을 안고 다니면서 들고 달리더라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항상 총을 곁에 두고 다녔다.

"총이 무게가 있다 보니까 달릴 때 어쩔 수 없이 흔들리더라고요. 그런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배제시키기 위해 모형을 만들었는데, 그건 가벼운 티가 나서 진짜 총을 그냥 들기로 했어요. 계속 들고 다니다보니 익숙해지긴 했지만, 훈련을 할 때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죠."

전지현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일까. '암살'은 언론시사회 이후 "묵직한 메시지와 볼거리가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좋은 말이 많아서 눈물 흘릴 뻔 했다"는 전지현은 "암살'이 제 대표작이 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예니콜이나 천송이와 달리 평소의 밝고 쾌활한 전지현과는 다른 성격의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캐릭터, 작품을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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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사진=임성균 기자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배우인만큼 대중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지만, 표정에선 조급함은 없었다. 전지현은 "전 평생 연기할 것"이라며 "인생을 넓게 보고 있다"고 여유로움의 배경을 설명했다.

"'도둑들' 이전에 작품들이 큰 주목을 받지 않았을 때에도 전 그다지 조급함을 느끼지 않았어요. 위기라고도 생각 안했고요. 그때 제 나이가 20대 중후반이었는데, 제가 20대까지만 배우를 하고 은퇴하려는 게 아니니까요. 저에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죠. 지금도 그때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같아요. 운이 좋게도 연속해서 흥행이 된 것뿐이죠."

전지현이 이처럼 연기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미쳐서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연기 뿐"이라서 다.

"연기를 할 때엔 다쳐도 모르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고프더라고요. 미쳐서 뭔가에 집중하기 힘든데, 이렇게 집중해서 뭔가를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게 재미있고 좋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텐데, 같은 표현을 해도 나이를 먹을수록 심도 있는 부분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기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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