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원이 말하는 만취여신, 배튕기기춤, 그리고 연애(인터뷰)

'오늘의 연애' 문채원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01.15 07:00 / 조회 : 1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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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애'의 문채원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제작 팝콘필름)는 가히 2015년의 '엽기적인 그녀'라 할 만 하다. 영화 속 '그녀'는 미모에 막춤까지 장착한, 욕설마저 사랑스러운 만취여신. 바로 문채원(29)이 '그녀'가 됐다.

'오늘의 연애'에서 문채원은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미모의 기상캐스터이자, 무려 18년이나 동갑내기 남자 사람 친구의 마음을 아는 척 모르는 척 주위를 맴돌아 온 희대의 '썸'녀 현우로 분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문채원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직접 만난 문채원은 18년 간 '썸'만 타는 앙큼한 여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엽기녀도 아니었다.

"현우와 안 비슷해요. 제가 사실은 이렇게도 살고 싶은데 못 살겠는 것, 그걸 작품으로 증폭시켜서 몇 개월을 있다보면 그 동안에는 그렇게 살아져요. 사람들도 '오 쟤가 저랬나봐' 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일 편한 모습이 나와요. 작품 하면서 느낌이 좋고 하면 '나도 이렇게 살아봐야지' 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러면 본디 제 내면이랑 헷갈리고 말아요. 저 같아지질 않아요. 제게 가장 편한 건 현우랑은 많이 다르죠."

영화 속 청산유수 날씨 여신을 훌훌 털어낸 문채원은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일일이 시선을 맞췄다. 나른한 듯 낮고 느릿한 말투로 꼭꼭 씹어 진심을 전달하고야 마는 그녀는 영화 속 현우만큼이나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담백한 입심 역시 그랬다.

-'최종병기 활' 이후 약 4년 만의 영화다. 기존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걱정이나 부담은 안 됐나.

▶별로 없었다. 그 전엔 드라마적 요소가 많은 어두운 인물, 밝았어도 금방 시련이 찾아오는 인물을 주로 했다. 좋아한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하다 보니 소진되고 고갈되는 것 같더라. 깊은 뭔가가 오지 않는다면 똑같은 것밖에 안 되겠다 해서 희망적이고 밝은 데 끌렸다. 평소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좋아하지도 않고, 하겠다고 한 적도 없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쪽 일 하면서는 단언할 필요가 없구나' 생각했다. 누군가 '서른 되기 전에 로맨틱 코미디도 해 보지'하고 흘리듯 던진 말이 영향을 줬다. 내가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내가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래서 했다.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후반부에는 기존에 좋아해주셨던, 사랑이나 아픔을 차분하게 느껴가는 모습이 나와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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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애'의 문채원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극중 주사 연기가 일품이다. 가히 1인자라 할 만 하다.

▶실제로 술은 안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맨 정신으로 취한 분들을 오래 볼 일이 많다. 술자리에서 술 안 먹고 있는 것도 고역이다. 사람들이 취해가면 피곤하면서도 골 때리는 일이 많다. '와 진짜 추태다' 싶다가 '저 사람은 술 취하니까 귀여워지네' 하는, 20살 때부터 거의 10년을 봐온 무수한 메모리가 있다. 그걸 기억했다가 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내가 술을 좋아하는 줄 안다. 물론 술을 잘 먹는 것처럼 할 수는 있다. 술 못 먹는 사람은 잘 먹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이 있어서 잘 하는 것처럼 해 보이고 그런다. 소주 광고도 하지 않았나.

극중 취해서 승기 등에 업혀 노래 부르면서 귀 깨물고 하는 게 있는데, 머리카락이 한 쪽으로 흘러내려온다. 승기가 '넌 어쩌면 머리카락도 취해 있니' 그러더라. 제가 재미있어 하는 장면이다. 술 취하고, 평소에 안 했던 것을 하는 게 재밌다. 일상적인 건 재미가 없다.

-술 먹고 배 튕기며 춤을 추는 장면은 특히 '빵' 터지더라.

▶춤 추는 건 원래 좋아한다. 전문적이거나 잘 추는 춤이 아니다. 친구랑 둘이 펜션 가서도 음악 틀어놓고 춤을 춘다. 집에서도 mp3 틀고 이어폰 꽂고 혼자 춤추다가 엄마가 문 열어보고 깜짝 놀라곤 하셨다. 그런 게 몸에 남아 있고 리듬감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사실 주사 부리고 춤추고 하는 건 나를 놓지 않으면 못한다. '남이 보고 있으니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신경을 쓰면 가다가 만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해야 한다. 제가 어디 잘 표출할 데가 없어서 그렇지 흥은 있다.(웃음) 어릴 때 클럽도 좀 가고 소진을 할 걸 그랬다.

-촬영장에서도 반응이 폭발적이었을 것 같다.

▶카메라 돌기 전부터 별걸 다 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웃는 포인트가 있지 않나. 이것저것 하다보면 반응이 오는 데가 있다. '아 요게 추할 줄 알았는데 재밌어 하시네' 하는 부분을 기억했다가 써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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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애'의 문채원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명색이 여배우인데, 망가지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나.

▶있다. 그런데 캐릭터로 망가지는 건 괜찮다. 망가지게 하느라고 화장 안 하고 분장 하고 그래도 감독님들이 너무 미워보이게는 안 하신다. 최소한 뭐든 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다. 오히려 연기활동 외에 인터뷰 사진 같은 건 솔직히 좀 두렵다. '잘 나와야 할 텐데' 그런다.

-2015년판 '엽기적인 그녀'가 떠오른다. 스스로는 안 그랬나.

▶처음엔 영화 제목이 '세 남자의 그녀'였다. 오랜만에 '그녀'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인데, '엽기적인 그녀' 생각이 나더라. 물론 예전이 더 신선했지만, 근래에는 딱히 이런 캐릭터가 없었다. 그래서 더 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오랜만에 여자가 나와 메인이 돼서 사건을 일으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게 좋았다. '엽기적인 그녀', '싱글즈' 이후 대개 여자들이 스토리나 소재에 끌려가는데, 오랜만에 여자가 이끌 수 있는 게 나와서 하고 싶었다.

-실제 연애 스타일도 현우와 비슷한가? 여지를 남긴다거나.

▶실제로는 무 자르듯 자른다. 어떤 사람이 저로 인해 마음을 키우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어린 시절엔 뜻하지 않게 그런 경험이 있었고, 커서는 아니면 아니라고 빨리 이야기를 해 버린다. 처음에 아니었던 사람이 나중에 다시 마음에 들어오는 경우는 없더라. 나이가 들수록 그런다. 경험이 있는데, 생각하는 게 20살 때랑은 다르지 않겠나.

-극중 현우는 얄미울 법 한데도 퍽 사랑스럽다.

▶감독님 주문이었다. '내 영화의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는데, 제일 많이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게 현우다'라고, '너무 엽기적인 건 싫다'고 계속 이야기하셨다. 감독님이 잡아주시지 않았다면 저도 엽기적인 데 초점을 맞췄을 수 있다. 감독님이 중간중간 주문을 해주셔서 좋았다.

걔가 사실은 외롭다는 게 그려지길 바랐다. 너무 여우 짓만 하고 준수(이승기 분)를 이용만 해 먹으면 미웠을 거다. 사실은 효봉(정준영 분)에게도 끼 부리는 대목이 있었는데, (고개를 푹 숙이며) 욕먹기 싫어서 그 부분은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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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애'의 문채원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이승기와의 호흡이 참 좋다. 2번째라 그런가.

▶지나고 생각할수록 '호흡이 좋았었구나' 하는 고마움을 느낀다. 드라마 영화가 힘든 건 아직 없다. 오히려 사람이 맞으면 즐겁고 안 맞으면 힘들다. 그런 면에서 승기와는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하고 수용도 할 수 있었다. '찬란한 유산' 시절엔 사실 안 친했다. 친분 혹은 안면이 있다고 할 정도였다. 오히려 이 작품을 하면서 승기하고 친해지고 싶어졌다.

저희도 잘 어울리는지는 몰랐고, 좋게 얘기들 해주시나보다 했다. 사진을 보고 영상을 보니 둘 다 웃을 때 입이 크더라. 웃을 때 치아가 많이 보인다. 웃는 게 비슷했나, 닮아 보였나 생각을 했었다. 역시 캐스팅엔 그런 걸 생각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사랑 이야기인데 잘 어울린다는 건 좋은 것 아닌가.

-키스신도 핫했다.

▶드라마는 키스신을 해도 화면이 작지 않나. 찍고 모니터를 하는데 '저걸 극장에서 보면 저 입술이 사람 얼굴만 할 텐데 어째야 하나' 싶더라. 스물아홉 돼서 그런 키스신도 해 보고 하는 게 흥미로웠다. 오히려 스물한두살에 찍었으면 더 어색했을 수도 있다. 그런 데 있어서는 대범해 지더라. 그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예전에는 그런 데 민감했다. 키스신 있다고 하면 그냥 싫고 어색하고, 부모님이 보시는 것도 싫고. 노출신 이런 건 아직 불편하다. 하지만 키스신이나 애정 표현 들은 예전보다는 조금 더 편해지는 것 같다.

-영화 보니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던가.

▶그러고 싶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사랑에 대한 대사를 할 때 '에휴 오글거려' 하면서도 '좋~겠다' 생각을 했다. 요새도 드라마 보고 음악 듣고 하면 연애하고도 싶긴 한데. 제멋대로 예전처럼은 못 하겠다. 그래도 우리 영화를 찍으면서 '아 연애는 기분 좋으려고 하는 거지, 나도 기분 좋은 사람을 만나 호감이 생기면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해보자' 하는 배움은 있었다. 늘 작품을 하며 배움이 남는다. 마음이 조금은 더 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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