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최지우 "아이들과 호흡..내겐 멜로였다"(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3.12.0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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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지우 / 사진제공=C,JW 컴퍼니


무채색 옷차림에 웃음기라고는 없던, 그 박복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배우 최지우(38)는 유쾌했다.

스스로도 "제가 웃음이 좀 많다"고 말하는 쾌활한 그녀가 4개월 동안 SBS 월화극 '수상한 가정부'를 연기했다고 생각하니 새삼 놀랍다. '히메(공주)', '멜로 퀸', '눈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던 그녀의 180도 변신은 방송 후 '재발견'이라는 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지우는 "재발견이라니. 저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을 갖고 임했는데, 제가 그렇게 못 미더웠나요?"라고 되물었지만, 열정을 갖고 임한 연기에 대한 호평이 싫지 않은 듯 밝은 목소리였다.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원작으로 한 '수상한 가정부'는 엄마가 아빠의 불륜으로 자살한 가정에서 수상한 가정부 박복녀(최지우 분)를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아무런 감정 표현이 없이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만능 가정부라는 캐릭터 설정이 독특했다.

"주변에서도 우려 반 기대 반 반응이었다. 저 또한 대본으로 봤을 땐 이해가 잘 안 됐다. 느낌을 알고 싶어서 원작도 보고 시나리오도 봤는데 박복녀라는 캐릭터가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다가 왔다. 변신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촬영한 것은 아니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수상한 가정부'는 박복녀를 통해 깨어진 가정이 화합해 가는 과정을 주된 줄기로 하고 있지만, 아빠의 불륜과 엄마의 자살이라는 기본 설정들이 다소 자극적이었다.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왕따나 원조교제 등 강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했다.

"내용들이 강했다. 아이들 얘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에피소드도 있었고. 하지만 복녀가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일어 설 수 있게 만드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좋았다. 모든 상황을 척척 해결하는 캐릭터가 말이 안될 수도 있지만, 촬영을 하면서 그것 또한 복녀만의 방법이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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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지우 / 사진제공=C,JW 컴퍼니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해서인지 박복녀라는 캐릭터는 일찍이 한국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역할이었다. 그만큼 시청자 반응이 엇갈리기 쉬웠다. 하지만 최지우는 캐릭터의 비현실성보다는 그 속에 감춰진 의미를 읽어냈다

"만화적인 캐릭터였다. 초반 캐릭터를 잡는게 쉽지는 않았다. 목소리 톤부터 잡는데 좀 걸렸다. 처음에는 딱딱하고 로보트 같은 말투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복녀의 내면을 알고 있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감춰진 가슴 아픈 사연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단순하지 않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박복녀의 매력을 찾았기에 최지우에게 무채색 옷도, 시종일관 무표정한 연기도 문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미소'신이었다.

"20부에서 미소 짓는 장면이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다. NG없이 한 번에 찍었다. 사실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은 오히려 어렵지 않다. 무표정에 대사 없이 눈빛으로 얘기하는 초반이나 중반이 어려웠다."

캐릭터 변신뿐만이 아니었다. 최지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고 그를 통해 전작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데 큰 의의를 뒀다.

"제가 아이들과 출연하는 가족드라마를 해 본 적이 없다. 붕괴돼 가는 가정에 화합되게 만드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서 살짝 욕심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웃는 일도 많고 즐거웠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잠과 싸우며 촬영하는 것이 많이 안쓰러웠다. 사실 처음에 복녀라는 이름이 맘에 안 들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복녀님이라고 하니까 너무 정감 있게 들리더라."

최지우에 앞서 KBS 2TV '직장의 신'(원작 '파견의 품격')에서 김혜수가, MBC '여왕의 교실'(원작 '여왕의 교실')에서 고현정이 이처럼 일본 원작의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덕분에 시청자들에게 생소함을 덜었지만,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생각을 못 했는데 제작발표회부터 '직장의 신'이나 '여왕의 교실' 얘기들이 많았다. '엄청나게 비교 당하겠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수상한 가정부'는 후발주자고 뒤쫓는 듯 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런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결정 후에는 원작보다 잘해야 한다거나, 혜수언니, 현정언니보다 잘 해야지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부담을 갖지 않고 저만이 소화할 수 있는 복녀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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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지우 / 사진제공=C,JW 컴퍼니


'수상한 가정부'는 그간 최지우에게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기도 했다.

"'멜로퀸', '눈물의 여왕', '히메'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거나 꼬리표를 떼고 싶어서 선택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자만이고 교만이다. 배우에게 수식어가 붙는 것은 행운이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수식어를 빼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다. 수식어를 뺏기고 싶지 않다. 오히려 계속 추가가 되면 좋겠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로맨스를 보여줬던 최지우가 남자 주인공과의 러브라인이 없는 작품에 출연한 것도 새롭다. 하지만 그녀는 "멜로라는 게 꼭 남녀 간의 사랑 얘기만은 아니더라"고 말했다.

"꼭 남녀의 사랑만 멜로는 아닌 것 같다. 막내 혜결 양과의 신들이 좋았다. 제가 결혼도 아직 안 했고, 아이도 없지만 혜결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안쓰럽고 깊은 슬픔이 생겨난 것 같다. 그런 호흡도 멜로라고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가족드라마를 한 것에 대해 만족스럽다."

어느덧 데뷔 18년. 이번 작품으로 연기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최지우지만 그녀는 오히려 "갈수록 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해가 간다고 해서 연기가 쉽지 않다. 연기는 계속 어렵다. 초반에 캐릭터를 잡아가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점점 제가 작아지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연기를 많이 할수록 연기가 좀 쉬워졌으면 좋겠다."

연기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 않는 최지우 덕에, 시청자들은 '겨울연가' 속 정유진부터 '천국의 계단' 한정서, '에어시티' 한도경, '수상한 가정부' 박복녀와 같이 잊지 못할 주인공들을 만났다. 복녀처럼 그녀도, 세 번의 초인종 소리와 함께 곧 돌아오길.

"팬들이 이번 드라마 끝날 무렵 되니까 '불안하다'고 하더라. 작품 끝나면 틈이 기니까. 팬카페에 '작품 끝나면 언제 볼 수 있을까 불안감이 있다'고 글들이 올라오는데 어쩐지 미안하더라. 이번엔 정말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최보란 기자 r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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