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레드2', 250만이 더 값진 이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8.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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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 사진제공=블루미지


이병헌이 출연한 '레드:더 레전드'(이하 '레드2')가 2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18일 개봉 후 '설국열차'가 등장하기까지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던 터다. 액션 코미디로 여름 극장가 틈새시장을 노린 점도 주효했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병헌의 힘이 컸다. 그가 등장하지 않았던 1편 '레드'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채 50만도 안 되는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레드2'는 '지.아이.조' 1·2에 이은 이병헌의 3번째 할리우드 진출작. 그는 킬러 한 역을 맡아 브루스 윌리스, 캐서린 제타존스, 존 말코비치 등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직접 감독에게 요청, 중국인 설정이었던 한의 캐릭터를 한국인으로 바꿨다. 영화에 국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레드2'를 본 한국 관객들은 당당한 한국인으로 등장한 그의 모습이 필시 뿌듯했을 것이다.


얼마 전 SBS에서는 이런 그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다뤘다. 이병헌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지.아이.조' 출연을 말렸다고 고백했다. 이병헌이 연기력이 돋보이는 인물이 아니라 할리우드 중급 블록버스터의 액션 캐릭터를 맡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이병헌 스스로도 생전 처음 보는 무기들이 놓여있는 걸 보며 아찔함을 느꼈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마침 그날 아침엔 메이저리그의 두 한국인, LA 다저스 류현진과 신시내티 레즈 추신수의 맞대결이 있었다. 한국 야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빅매치였다. 선발로 출전한 류현진은 자랑스러울 만큼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다. 추신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10년 전 박찬호가 닦은 길이 있기에 그의 후배들이 더 쉽게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는 해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터라 그날 밤 본 이병헌의 이야기는 어딘지 더 뭉클했다.

그는 깊이 울리는 목소리와 눈빛이 살아있는 한국 정상급 배우인 이병헌이 아니라 완벽한 복근의 액션배우가 돼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다. 복면을 쓰고 액션을 펼친 두 작품이 있기에 위트로 가득한 3번째 영화가 다시 그에게 주어질 수 있었다. 또 그랬던 이병헌이 있기에 그 다음, 다음엔 더 쉽게 할리우드이 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여름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150만만 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개봉했던 '레드2'는 기대를 훌쩍 넘은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레드' 전편의 5배가 넘는다. 이 든든한 지지는 할리우드의 신인 이병헌에게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가 될 것이다. 할리우드 역시 커다랗게 눈을 뜨고 이 결과를 주목할 것이다. 오는 10일 연인 이민정과의 백년가약을 맺는 그에게 한국 관객들이 선사하는 이만한 결혼 선물이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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