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하정우 최고의 파트너..시너지의 끝"(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1.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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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선 안에서 껍질을 깨야 하지만 어미닭도 밖에서 껍질을 쪼아줘야 한다. 전지현이 알에서 깨어났다. 스스로 안에서 깨려 노력했지만 '도둑들' 최동훈 감독과 '베를린' 류승완 감독이 밖에서 쪼아준 공도 무척 크다.

31일 개봉하는 '베를린'에서 전지현은 '도둑들'과 180도 다른 지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베를린'은 베를린을 배경으로 북한 첩보원이 북에서 버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영화. 전지현은 북한 첩보원 하정우의 부인이자 베를린 북한대사관 통역관으로 출연했다.


액션영화지만 전지현은 '베를린'에서 액션이 아닌 감정 연기로 관객을 벤다. '도둑들'이 과거의 전지현을 현재로 불러냈다면 '베를린'은 미래의 전지현을 예감시킨다.

전지현은 마주 앉자마자 "어땠는지"를 물었다. "배우가 좋은 감독을 만나면 이렇게 달라지는 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전지현은 "'도둑들' 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전혀 다른 지점이라 더욱 그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베를린'에서 맡은 역은 이런 첩보영화에 뻔하게 등장하는 캐릭터지만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다. 과연 어울릴까란 우려도 있었지만 훌륭히 소화한 것 같은데.


▶기대를 안했기에 잘 한 것 같다는 뜻인가, 아니면 잘했다는 뜻인가.

-전자에서 출발해서 후자로 갔다는 뜻이다.

▶(어깨를 들썩이며) 우후.

-베드신이나 키스신 한 번 있을 법 한데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정우와 깊은 감정이 오가는데. 특히 다친 하정우에 붕대를 감아주는 장면은 아스라한 감정이 느껴지던데.

▶오묘한 눈빛으로 마주보는 장면이다. 벗거나 행위를 보여주지 않아도 그렇게 야릇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만족스럽다. 어렸을 때는 못했을 것이다.

-원래는 좀 더 적은 비중이었는데 전지현이 캐스팅되면서 분량이 늘었다. 분량이 늘었을 뿐 아니라 영화 속에 멜로를 넣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는데. 물론 비중은 여전히 적지만.

▶류승완 감독님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꼭 같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베를린'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었고. 이 작품에 합류하고 류승완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과감하게 수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신뢰가 갔다. 비중이 적어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베를린'을 찍기 전 결혼을 한데다 '도둑들' 일정도 겹쳐서 정신없는 상황이었을텐데.

▶결혼을 하고 나니깐 더 집중이 잘 되더라. 안정이 되니깐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릴 적에는 그런 연기를 못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결혼이란 과정을 거쳤던 게 그런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뜻인가.

▶결혼이란 형식을 통해 어른이 된 느낌이다. 주변에서도 다르게 대해주고. 어른이 됐다는 자신감 같은 것도 생겼다. 그런 것들이 영향을 준 건 맞는 것 같다.

-상사의 명령으로 외국인 남성에 접대를 한다. 그 사실이 계속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런 감정 연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내가 맡은 역할은 남편인 하정우와 관계가 전부인데 이걸 어떻게 정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했다.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게 얼마나 괴로울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나면 뉴스를 보면 왜 근친상간 같은 게 나오질 않나. 남편이 딸에게 몹쓸 짓을 하는데 엄마가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을 못하는. 그런 기분까지 생각했었다. 다 놔버리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류승완 감독과 최동훈 감독, 둘 중 누가 더 좋은가.

▶어떻게 '베를린' 홍보하는데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있나. 두 분은 색깔이 너무 다르다. 난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감독님이 어떤 것을 요구하면 그렇게 해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

-최동훈 감독은 요구를 말로 끊임없이 납득시키는 편이지만 류승완 감독은 그렇지 않은 편인데. 그렇다면 최동훈 감독보다 류승완 감독과 작업이 더 어려웠을 법도 한데.

▶영화 끝날 때까지 이렇게 감독님과 안 친해진 건 처음인 것 같다. 아직도 어색하다. 류승완 감독님을 굉장히 좋아하는데도 그렇다. 불편한 사이였다. 촬영장에서 어떤 거칠함이 늘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불편함이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들게 해줬다. 감독님은 나중에 일부러 그랬다고 하던데. 에이.

-북한 사투리 연기를 했는데.

▶한번도 사투리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해서 자연스럽게 하는 연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사투리는 억양이 있기에 대사에 신경 쓰느라 감정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번은 감정이 너무 좋은데 류승완 감독님이 사투리 억양을 잘못했다고 컷을 해버렸다. 정말 이렇게 좋은 연기를 한 건 내 평생 처음인 것 같았는데 NG라고 외치신 것이다. 으으. 그러면서 배웠다. 그렇게 울리는 사투리가 오히려 내 캐릭터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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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도둑들'에선 김윤석, '베를린'에선 하정우를 만났는데.

▶둘 다 연기에 다가가는 게 너무 캐주얼하다. 심각한 연기를 한다고 촬영을 안 하는데도 내내 심각하게 지낼 수는 없다. 특히 나는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야 연기를 하는 게 좀 더 쉽다. 그런 점에서 하정우에게 아주 고맙다. 사실 감독님은 촬영장에 대기할 때도 극 중 캐릭터 감정을 계속 갖고 있길 바랐다. 하지만 하정우가 너무 웃기니깐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나중엔 감독님이 포기하더라. 하정우는 시너지의 끝을 보여준 최고의 파트너인 것 같다. 그 스마트함이란. 배운 게 무척 많다.

-배우로서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최근 제2의 전성기라고 불릴 만큼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난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일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의 전부가 일이 아니다. 일이 없을 때 공허함을 겪으니 그런 마음이 더욱 커지더라. 그래서 일이 없을 때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보니 별로 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시 좋아졌다고 해서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다음 작품은.

▶아직 결정한 건 없다. 뭘 해야 할까. 다만 난 멈춰져 있는 배우가 아니니깐 다음 단계로 관객들과 잘 넘어가고 싶다. 그게 목표고. 지금은 과정이다. 예전 모습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새 소속사와는 어떻게 계약했는지. 항간에는 남편이 소개해줬다는 소문도 있던데.

▶전혀 아니다. 원래 연극을 하던 분이시고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분이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이 결정해주는 일이 많았다면 이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졌을텐데.

▶오히려 반대인 것 같다. 예전에는 주위의 물어볼 분들이 더 적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 나도 나이도 들었고.

-해외에서 러브콜은 없나.

▶그것도 반대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해외에서 작품을 하자는 제의가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 없다. 오히려 국내에서 제의가 더 많다.

-전지현에겐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2세 계획은?

▶아직 생각이 없다. 자연스럽게 맡겨 두려 한다. 일이든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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