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인블랙3', 아귀가 안맞는 이상한 시간여행법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2.05.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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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과거로 돌아가 조우한 '맨인블랙3'의 요원 K(조슈 브롤린)와 J(윌 스미스. 왼쪽부터)


(이 기사에는 기사 성격상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25일 개봉한 '맨인블랙3'(감독 베리 소넨필드)가 27일까지 3일만에 전국관객 106만명을 동원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맨인블랙2'(2002년) 이후 10년만에 나왔는데도 관객은 역시 'MIB'를 잊지 않았다.


이번 '맨인블랙3'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았다. 현재에서 1969년 7월15일로 요원 J(윌 스미스)가 선배요원 K(토미 리 존스)를 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것. 하지만 꼼꼼히 상식적으로 따져보면 시간여행에 따른 오차가 적지 않다.(이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됨을 다시 한 번 알립니다)

일단 요원 J가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 이전 상황부터.

1. 40년 전 요원 K(젊은 시절. 배역은 조슈 브롤린)에 의해 왼팔이 잘린 악당 보리스(제메인 클레멘트)가 1969년 7월16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K를 죽였다.


2. 변경된 과거로 인해 현재 요원 J가 극심한 어지러움증을 느낀다. 물론 현재 K는 없다. MIB 국장에 따르면 요원 K 죽은 지가 40년이 됐다. 그래서 영화상 '현재'는 2009년이다.

이렇게 해서 악당 보리스보다 하루 전날(1969년 7월15일) 과거로 간 요원 J, 두 팔 멀쩡한 젊은 보리스와 젊은 시절의 요원 K를 만났다. 문제는 7월16일 늙은 보리스가 도착(?)하고, 요원 J가 과거에 개입하고, 영화 막판 꼬마 J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영화에서 예상 가능한 '현재'의 모습은 총 4가지다.

1. 보리스 팔이 잘린 현재(시간여행이 없었던 상황. 40년 전 성인 J는 '당연히' 없었고, K도 성인 J를 만나지 못했다. K는 보리스 팔을 자른 후 꼬마 J를 만났다. 꼬마 J는 K에 의해 MIB 요원이 됐다. 현재 K, J 모두 살아있다)

2. 보리스가 과거로 가 K를 죽여 변형된 현재(이 때도 40년 전 성인 J는 '당연히' 없었고, K는 성인 J도 꼬마 J도 만나지 못했다. 현재 K는 죽었다. 꼬마 J는 살아있겠지만 최소한 '맨인블랙' 시리즈의 J는 아니다)

3. 보리스와 J가 과거로 가 서로 1대1일 대결을 펼치다 J가 보리스 표창에 맞아 죽어 변형된 현재(40년 전 K는 성인 J를 만났지만 꼬마 J는 만나지 못했다. 현재 K도 없고 성인 J도 없다. 꼬마 J는 살아있겠지만 최소한 '맨인블랙' 시리즈의 J는 아니다)

4. 보리스와 J가 과거로 가 서로 1대1일 대결을 펼치다가 J가 보리스 표창에 맞아 죽기 직전 2차 시간여행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변형된 현재(40년 전 K는 성인 J도 만났고 꼬마 J도 만났다. 성인 J는 임무 성공 후 현재로 돌아왔고 K, J 모두 살아있다)

이제 좀 따져보자. '맨인블랙3'가 거론한 영화상 '현재'는 1번, 2번, 4번이다.

우선 1번은 보리스가 시간여행을 하지 않았던 원래의 현재(A)이니까 별 문제가 없다.

2번은 보리스가 시간여행을 통해 K를 죽인 이후의 현재(B)로, 영화의 현재에선 K가 40년 전에 죽었다는 사실에 J가 놀라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이 놀라는 J는 K를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MIB 요원이 된 J인데도 K를 알고 있다는 논리상 오류가 발생한다.

3번은 과거 시간여행을 통해 성인 J가 죽었으므로, 2번 상황(보리스가 K를 죽인)을 전제로 한 영화의 현재(B)는 불가능하다. 꼬마 J는 K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설사 MIB 요원이 됐다 하더라도 '맨인블랙' 시리즈의 J는 아니다.

4번은 영화가 마지막으로 취한 세 번째 '현재'(C)로 시간여행에서 맹활약한 J가 다시 현재로 돌아온 상태에서의 현재다. 하지만 이 세 번째 현재에서의 K는 40년 전 만났던 성인 J를 기억하는 K이므로, 더 이상 '맨인블랙' 시리즈의 K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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