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멜라 앤더슨, 美대중문화의 광기 드러낸 상징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김형석 / 입력 : 2009.07.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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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멜라 앤더슨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문화의 화려하면서도 서글픈 아이콘이다. 그녀는 오로지 육체로 스타덤에 올랐고, 남편인 토미 리와의 섹스 비디오가 유출되면서 곤경에 빠졌으며, 지금은 동물 보호 운동의 여전사가 되었다.

파멜라 앤더슨은 전형적인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스타였다. 미식 축구 경기장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카메라에 잡히면서 미국 전역에 얼굴이 알려졌고, 이 ‘사건’을 계기로 에이전트의 눈길을 끌어 그녀는 모델이 되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글래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맥주 광고 모델이 되고 <플레이보이> 표지를 장식하면서 가슴 수술을 거듭했고, 급기야 그녀의 바스트 사이즈는 36인치에 달하게 된다.


1980년대 말을 강타한 에서 착 달라붙은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가를 슬로 모션으로 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미국 전역을 달구었고, 점점 온도를 높여가던 그녀의 ‘핫 바디’는 스크린으로 진출해 <바브 와이어>(96. 사진)라는 영화를 낳는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이 2차 내전을 겪고 있는 2017년의 가상 미래. 바브 와이어 역을 맡은 파멜라 앤더슨은, 돈을 위해선 그 어떤 임무도 마다하지 않는 킬러이며 여전사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변신을 꿈꾼다. 성공을 위해 육체를 무기로 삼았던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듯, 그녀는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아픔이 있는 캐릭터를 맡았으며, 나름 내면 연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비록 능력 부족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진 못했지만, 이 영화의 파멜라 앤더슨은 조금을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여전히 그녀의 육체에 집착했는데,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댄스 신은 그 명백한 증거다. 스테이지 위에서 광란의 춤을 추는 그녀의 몸은 사방에서 쏘아대는 물줄기 속에서 조금씩 옷이 벗겨지며, 결국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가슴이 드러난다.

그녀가 뭔가 시도하려 했던 <바브 와이어>는 결국 ‘파멜라 앤더슨이 시종일관 가슴 파인 옷을 입고 나오는 영화’가 되어 버렸고, 이 영화 이후 섹스 비디오 유출 사건을 겪으며 그녀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였던 토미 리와의 적나라한 섹스는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토미 리는 그녀에게 폭력을 휘둘러 구치소에 수감되었으며, 결국 그들은 이혼했다(그녀는 <바브 와이어> 촬영중에 유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육체로 흥한 자의 비극을 보여준 파멜라 앤더슨은 미국 대중문화의 ‘광기’를 잘 드러내는 상징적 인물이다. 이후 그녀는 가슴에 넣었던 보형물을 모두 제거했고, 최근엔 그저 그런 작품에 출연하며 동물보호협회 일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사는, 세미 누드로 모피 반대 집회에 참여한 그녀의 육체라니…. 조금은 안타깝고 모진 운명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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