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클로드 반담, 20세기의 막내 마초 액션스타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입력 : 2009.07.0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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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타’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름, 바로 장 클로드 반담도 아직 죽지 않았다. 작년 프랑스 개봉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세계 각지에서 개봉한 (사진)라는 작품이 의외의 인기를 모았다. 제목부터가 ‘장 클로드 반담’의 줄임말이다. 결코 액션영화가 아닌 블랙코미디인 이 영화는 그가 처음으로 고향 벨기에에서 찍은 영화이자, 그가 자신의 이름 그대로 출연한 가짜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장 클로드 반담이 은행에 현금을 인출하러 들어갔는데 거긴 이미 은행 강도가 점령한 상태다. 그런데 우연히 창밖으로 그를 목격한 사람으로 인해 ‘장 클로드 반담이 은행을 털고 있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 간다.


영화 속의 장 클로드 반담이라면 순식간에 강도들을 제압해야 정상이겠지만 현실의 장 클로드 반담은 그저 평범한 인질일 뿐이다. 영화는 그런 위기에 처한 장 클로드 반담의 고뇌와 대처 방법에 대해 보여준다. 다들 그를 범죄자로 알고 있음에도 은행 밖에는 수많은 팬들이 ‘아이 러브 장 클로드 반담’을 외치는 상황. 그의 번뇌는 커져 간다.

에는 장 클로드 반담의 독백 장면이 있다. 유럽 가라데 챔피언으로 시작해 ‘태권도의 달인’ 척 노리스의 권유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어벤저>(1985)로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그의 지난날을 들려준다. 다소 닭살스럽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세상 모든 마초 액션스타의 애환을 그대로 담은 명장면이다.

1960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그는 원래 <빌리 엘리어트>의 소년처럼 발레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동양무술을 접하게 되면서 운명이 바뀌게 됐다. 우아한 발레리노와 B급 액션스타의 길은 그렇게 갈라지게 된 것이다.


<어벤저> 이후 장 클로드 반담은 승승장구했다. <더블 반담>(1991), <유니버설 솔저>(1992), <탈주자>(1993), <타임 캅>(1994) 등 B급이라 말하기 힘든 메이저 영화에서 맹활약했다. 발 기술을 전혀 쓰지 않는 스티븐 시걸에 비해 그는 화려한 돌려차기를 구사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물론 상대방은 그에게 맞기만을 기다리며 슬로 모션으로 기다리고 있는 그 광경이 바로 (언제쯤 그 장면이 나오나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게 되던) 장 클로드 반담의 전매특허였다. 더불어 그는 <하드 타켓>(1993)의 오우삼, <맥시멈 리스크>(1996)의 임영동, <더블 팀>(1997)의 서극 등 홍콩 유명 영화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할 때 늘 함께 했던 배우이기도 했다.

동양 무술에 대한 그의 애정은 대단했다. 직접 연출까지 맡았던 <퀘스트>(1996)에서는 태권도, 쿵푸, 스모, 가라데 등 세계 모든 무술을 모아 무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근육을 내세운 액션스타들의 인기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희미해지고 있었다. 최근 그의 영화들은 국내에서도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고 비디오, DVD 시장으로 직행하긴 하지만 <웨이크 오브 데쓰>(2004), <세컨드 인 코맨드>(2006), <언틸 데쓰>(2007) 등 꾸준히 세계 각지를 오가며 B급 액션영화를 꾸준히 찍어오긴 했다. 쉰 살이 다 돼 자신의 육체적 능력이 거의 소진돼 갈 때쯤 출연한 는 20세기 ‘마초 근육 액션스타’의 막내인 그의 쓸쓸한 그림자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오직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삼류 액션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정작 아내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하고, 아이의 양육권 재판을 위해 유럽과 미국 LA를 수시로 오가는 고단한 운명이다. 심지어 딸은 액션영화의 주인공인 아빠를 창피해하기까지 하니 그의 허무함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티븐 시걸에 비하자면 그는 자신의 현재를 그렇게 긍정한 셈이다. 다른 마초 아저씨 배우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영화다. 마초라고 무조건 위기 속의 영웅이 될 필요는 없는 법이니까.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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