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섭 위원장 "영진위 사태 책임지고 떠납니다"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7.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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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사표가 수리된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영진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떠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각 언론사에 '존경하는 영화인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냈다.


강 위원장은 "1년 전 여러분의 과대한 기대 속에 취임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직을 오늘 떠난다.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자책감과 죄송함을 느낀다. 영진위 사태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떠난다"며 "영진위가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다음은 강한섭 전 영진위장의 글 전문

존경하는 영화인 여러분께 드리는 글!


1년 전 여러분의 과분한 기대 속에 취임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직을 오늘 떠납니다. 기획재정부의 2008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영진위가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접하시고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가 나셨습니까? 영화진흥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위원장으로서 우선 영화인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영화 현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늘도 우수한 한국영화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시는 영화인 여러분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자책감과 죄송함을 느낍니다.

이제 저는 영화인 여러분이 주셨던 영진위 개혁과 한국영화 재도약의 사명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떠나지만 우리 영화산업의 전망에 대해 변명과 자괴감이 아니라 사실과 가능성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U자의 극적 회생 아니면 L자의 장기 침체냐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L자의 전망은 90년대 초반과 같이 시장 점유율 20% 정도를 가지고 벼랑 끝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악몽의 시나리오입니다. U자의 전망은 제작과 흥행의 새로운 선순환 모델을 찾아 한국영화의 재도약을 이루고 내친 김에 영화 선진국으로 내 딛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한국영화산업이 U자의 상승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금년 초부터 의외의 작품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초저예산의 독립 다큐멘터리가 수백만 명의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영화의 상승세는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까지의 전국 극장의 관객 수는 전년도의 같은 기간에 비해 352만 명이 증가했고 한국영화 점유율은 6.1%나 상승했습니다.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투자도 미흡하지만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초에는 영화계의 주요 단체들이 영진위와 상생협약도 맺었습니다.

그래서 영진위가 처한 작금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고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영화산업이 다시 침체되고 영화계의 뿌리 깊은 세대와 이념 갈등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 됩니다. 저는 영진위 사태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떠납니다. 영진위는 앞으로 철저하게 반성하고 환골탈태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영화인 여러분! 영화진흥위원회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2009. 2

강한섭 (영진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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