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난 포장된 껍데기..깨고 싶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1.31 06:39
  • 글자크기조절
image
ⓒ송희진 기자 songhj@


박용하는 한국과 일본에 온도 차이가 있던 배우였다. 일본에서는 한류스타로 절정의 인기를 누린 반면 국내에서는 잊혀진 배우였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드라마 '온에어'로 리모델링된 박용하가 7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장을 던졌다. 박용하는 주식 거래를 둘러싼 두뇌싸움을 그린 '작전'에서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이 맨 손으로 일어선 '개미'(일반 투자자) 역을 맡았다.


박용하는 '작전'에서 한층 여유로워졌고 한층 뻔뻔해졌다. 그는 "처음부터 배우의 길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요즘 머리에 가득 차있다"고 했다. 긴긴 시간을 돌아 배우로서의 길을 밟고 있는 박용하를 만났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본 터라 나만 보이더라. 3번째 영화인데 긴장감은 이번이 최고다.


-7년만의 영화 출연이다. 그동안 영화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면.

▶일부러 방송이나 드라마, 노래를 안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오래 활동한 것도 한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기회도 잘 오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욕심이 컸다. 좋은 것만 찾아가려 했고. 확실한 것은 그 때와는 생각하는 게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위상이 온도 차이가 꽤 컸는데. 그로 인한 아쉬움은 없었나.

▶전 소속사와의 문제가 컸던 것 같다. 처음 1~2년 일본에서 활동할 때는 좋았다. 한류가 처음 일었을 때였으니깐. 하지만 나를 가만히 뒤돌아보면 한국에서 딱히 마니아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한 이미지였을 뿐이었다. 박용하 하면 떠오르는 확고한 이미지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한국에서 증발된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려 간격이 너무 커졌다. 스스로 생각할 때 창피하기도 했다. 3년 정도 흘렀을 때 한국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전 소속사에서 이미 한국에서는 나를 잊었다고 하더라. 오히려 일본에서의 인기로 역으로 가자고 했고. 그 뒤로 3년이 흘렀다.

사실 그 기간 동안 2~3달 빼고는 다 한국에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일본에서 살고 있는 줄 알더라.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온에어'로 성공적으로 복귀한 뒤 다른 작품도 제의를 많이 받았을텐데 왜 '작전'이었나.

▶다른 것은 배역이 너무 멋있더라. 그동안 난 정형화된 역을 많이 했다. 그걸 벗어나고 싶었다. 흐트러지고 싶었고. 그 때 '작전'이 내게 왔다.

-자칫 다시 찾은 좋은 이미지가 망가질 수도 있었을텐데.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작전' 하나만 하고 말 게 아니니깐. 원하는 걸 모두 할 수는 없겠지만 계속 (연기를) 하고 싶고 할 생각이니깐. 잘했네 못했네에 연연하고 싶진 않다.

-'작전' 속 연기를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처음 선택한 이유, 그러니깐 어리보기한 모습은 잘한 것 같다. 다른 배우들과 밸런스는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영화가 익숙하고 안하고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개인 능력 차이인 것 같다. 박희순 선배는 내가 나온 장면을 보고 "여우처럼 잘했다"고 했지만 아쉬움이 많다.

-주식은 해봤는지. 지분 참여라든지.

▶지분을 받는 것을 싫어한다. 계산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격상 약속어음을 못 믿는다. 지금 소속사도 내 지분은 없다. 그랬다간 사람도 잃고 돈도 잃는 것 같다. 확실하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주식은 주위 권유로 잠깐 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감독님께 주식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 그랬더니 개미를 맡은 만큼 너무 많이 알려 하지 말라고 하더라.

-예전에 영화 촬영했을 때와 '작전'과는 뭐가 다르던가.

▶박용하가 바뀌었다. 이제 더 이상 애 같지 않아졌다.

image
ⓒ송희진 기자 songhj@


-잠시 예전 이야기로 돌아가서 병역 면제를 받았을 때 이러저러 말이 많았다. 힘들지는 않았나.

▶이런 말을 하면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당시 잠깐 힘들고 괜찮아졌다. 병역 문제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두 달 동안 병무청과 병원에서 계속 조사받고 그런 일들이 방송에서도 나왔다. 그 시간이 지난 뒤 다른 일을 찾으려 했고 힘든 시기를 곧 잊어버렸다.

-'온에어'로 한국과 일본에서의 차이를 어느 정도 줄였는데.

▶리모델링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웃음) 원래 나한테 왔던 작품이 아니었다. 그 당시 한류기획 드라마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다 거절했다.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온에어'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감독님과 작가님을 설득했다. 그들로서도 도박이었다. 열심히 했고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안도감이 느껴지던가.

▶처음엔 통쾌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또 바뀌더라. 주위가. 나는 거만할 이유도 없고, 잘난 척할 이유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없는 이야기가 들리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돌더라. 내 모든 것을 책잡으려 하는 것 같아 나돌아 다니지를 않았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위가 바뀌더라.

데뷔했을 때 난 건방의 끝을 달렸다.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것을 얻었다. 거의 매일 수많은 연예인들로부터 초청을 받았고. 하지만 그 몇 개월로 7~8년을 허당으로 살았다.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온에어'에서 호흡을 맞춘 송윤아와의 루머가 어처구니없게 나돌았는데.

▶아직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더라. 하도 여러 사람에게 들어서 그냥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외주드라마협회에서 출연료 관련한 논의를 하면서 한류스타는 예외라고 밝혔다. 그 명단에 올라있는데.

▶난 아직도 '온에어' 출연료 못 받았다. 그런데 고액 출연료라니... 그냥 국세청이 기사가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웃음)

-'작전'에서 상대역과 불꽃이 튀기는 듯한 긴장감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데.

▶처음부터 난 아무것도 없다. 긴장도 못하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서로를 이끌어주는 너마나 좋은 사람들과 일을 했다. 특히 박희순 선배는 마치 댐처럼 모든 것을 받아주고 이끌어줬다.

-유독 박용하의 클로즈업이 적더라. 다른 배우에 비해 클로즈업이 적으면 시기하기가 십상인 법인데.

▶찍을 때는 다 찍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편집을 하면서 속도감을 조절한 것 같다. 사실 클로즈업이 적다는 걸 느꼈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물론 배우로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세울 때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박희순 선배가 확실하게 악역으로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착한 역인데 멋있는 척 하면 안되고, 악역인데 착한 척 하려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괜히 힘주고 말아야하고. 이런 생각은 '온에어' 중반 때부터 하게 된 것 같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은데.

▶남과 비교하지 않고 순수하게 우리 것만 보자면 애매하다. 하지만 등급이 판정된 이유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청소년이 이 영화를 보고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니...

-'온에어' 이후 '작전'을 찍었고 다시 쉼 없이 '남자이야기'에 출연하는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나중에 이 시기가 옳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수 활동을 다시 할 생각은 없나.

▶일본에서는 계속 음반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마음은 있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계기도 없고.

-올해 목표가 있다면.

▶박희순 선배처럼 역량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 난 많이 포장된 껍데기 같다. 십 몇 년을 그렇게 살았으니깐. 그것을 벗으려 하고 있다. 처음부터 연기란 것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랬다면 좀 더 연기에 자유롭지 않았을까. 요즘 온통 머리속에 그런 생각뿐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