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를 설명하는 몇가지 키워드(인터뷰)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8.10.16 09:58 / 조회 : 8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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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5집 가수 에픽하이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뭐가 있을까. 가장 맏형인 타블로가 채 30대가 되지 않은 이 가수들이 벌써 중견 가수가 됐다. 타블로는 "어느 시상식장을 가니까 백지영 누나 빼고는 저희가 제일 선배더라"라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처음 음악을 시작하던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하고 있다.


지난 4월 5집 '피시즈, 파트 원(Pieces, Part One)'을 통해 다소 무거운 주제들을 이야기했던 에픽하이는 지난 9월 말 발매한 소품집 '러브스크림(LOVESCREAM)'에서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조금은 편하게, 또 조금은 자유롭게 풀어냈다.

새 앨범으로 돌아온 에픽하이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봤다.

러브스크림(LOVESCREAM)

새 앨범 '러브스크림'은 정규 앨범이 아닌 소품집 형태로 발매됐다. 타블로가 작곡한 타이틀곡 '1분 1초'와 DJ투컷이 작곡한 '폴링(Fallin')', 미쓰라진이 작곡한 '습관' 등은 각자 다른 이들의 개성을 잘 나타내준다.


"이번 앨범은 저희에게 휴식 같은 음악이에요. 잠시 달리다가 멈춰 서서 길가에 핀 꽃을 보는 바라보는 느낌이랄까."(타블로)

"곡 만드는 건 열심히 연습 중이에요. 발라드 쪽 감성도 굉장히 풍부하죠. '습관' 같은 경우는 한 번도 시도 해보지 않은 스타일인데도 노래가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미쓰라진)

"지금까지 저는 남성적인 음악을 많이 만들었었는데 이런 감성들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생각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영화도 보고 감상에 빠져보기도 하고 그랬죠."(DJ투컷)

가족

타블로, DJ투컷, 미쓰라진. 언뜻 보면 삐그덕거릴 수 있는 조합이다. 에픽하이는 어떤 팀이냐는 질문에 '마르고, 보통이고, 뚱뚱하고'라는 3분법으로 자신들을 설명하는 이들은 사뭇 다른 외모만큼이나 다른 성격,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그간 쌓여온 정이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넘어선 그들 사이의 정, 그게 에픽하이의 힘이다.

"에픽하이가 해체한다고 해도 음악을 그만 둘 생각은 없었어요. 혹시 음악을 하지 않더라도 듣긴 하겠죠. 가리는 음악도 없고 멤버끼리 좋아하는 음악도 다 달라요.

팀 결성부터 절충은 없었어요. 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했죠. 그래도 헤어지지 않는 이유는 가족이니까요. 앞으로 뭘 하면서 살게 되든 저희 셋은 이렇게 살 것 같아요."(DJ투컷)



공연장에 가보면 에픽하이의 팬들은 한 눈에 티가 난다. 다른 가수의 팬들이 여러 색깔의 풍선을 들고 응원할 때 에픽하이 팬들은 CD를 들고 응원한다. 지난 12일 SBS '인기가요' 현장에서도 에픽하이 팬들은 소품집 '러브스크림'을 흔들며 목청껏 에픽하이를 연호했다.

"예전 '드림콘서트' 할 때 저희 팬들이 앨범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회사에서 지원도 안 해주는 자발적 팬클럽인데도 멋있죠. 팬이 멋있어서 팬이 된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팬들이랑요? 공연을 자주 하다 보니까 팬들이랑 반말 할 정도로 친해졌어요.

최고의 팬 서비스는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팬들의 고민들을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가수라고 느껴서 팬들이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타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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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음반

최근 음반 판매량 10만 장을 달성한 가수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가요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침체됐던 가요계가 부활하는 게 아닌가'하는 낙관적인 시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타블로는 현상에 대해 침소봉대 하지 말고 다만 있는 그대로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매 앨범마다 음원과 음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는 에픽하이로서는 다소 겸손한 대답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들 스스로는 여전히 '음반'이라는 매체를 사랑한다. 타블로는 최근 사용하던 MP3 플레이어가 고장난 뒤 CD 플레이어만 사용하고 있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만든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거지 어떻게 소비되느냐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건 판매자들이 고민할 문제죠. CD를 사는 이유는 소장가치라고 생각해요."(타블로)

"전 CD에 기스도 안 내요. LP부터 CD, 디지털 음원까지 모든 매체를 다 겪어보면서 변해가는 게 안타깝지만 시대의 흐름이니까 어쩔 수 없죠."(DJ투컷)



최근 타블로는 발간을 앞둔 단편 소설집의 마무리 작업 때문에 가수 활동 외에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던 날도 책 발매에 관련된 전화로 잠시 인터뷰가 중단되기도 했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 외에도 독특한 가사로도 인기있는 에픽하이의 타블로. 그가 쓰는 소설은 어떤 내용일까.

"10편 정도가 수록된 단편 소설집이에요. 공간적으로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꼭 뉴욕이라기보다는 대도시의 상징적인 의미에요. 시간적으로 정해진 시대도 없고요. 일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죠. 등장인물들도 다양한 연령대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

20대를 정리하면서 내고 싶었던 책이라고 할까. 다음엔 30대를 정리하면서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쓰고 싶어요."(타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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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악성댓글

최근 악성댓글로 고통 받고 있는 연예인들의 생활이 주목받고 있다. 에픽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들도 여러 악성댓글로 마음고생을 해봤고 이제는 이들 나름의 노하우를 찾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발매한 4집 수록곡 'FAQ'는 자신들에게 던져진 악성댓글을 모아 가사로 쓴 곡이다. DJ투컷은 "이 가사를 볼 때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타블로는 "교통사고 나서 정말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는데 그 사고 기사 밑에 '죽지 그랬냐'는 악플이 달려있었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인터넷을 하지 않은지 2년 정도 됐어요.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거죠. 미쓰라는 짜증을 내는 스타일이지만 DJ투컷이나 저는 진지하게 상처받는 스타일이라 악플들을 다 본다면 많이 상처받을 것 같아요. 어느 날 아침 인터넷을 봤을 때 '이젠 내 차례인가' 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아서 가끔 두렵긴 해요. 없는 일도 만들어내서 괴롭히잖아요."(타블로)

"저는 예전에 진짜 심하게 악플 단 사람들을 찾아내서 혼내보기도 했어요. 법이나 캠페인 등으로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악플로 상처받았다는 사람 기사 밑에도 악플 다는 사람들도 있잖아요."(DJ투컷)

그리고..

지금까지의 자신들을 돌이켜봤을 때 "노력은 10점 만점에 10점이지만 성과는 100점 만점에 6점"이라고 이야기하는 타블로는 이미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미래는 어떠한 키워드로 풀어내기보다 그저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듯하다.

"저희는 어떤 틀에 넣을 수 없는 팀이에요. TV에 나오는 사람이지만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안 하는 이상한 애들이죠."(DJ투컷)

"저희는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회와 융합이 잘 안 되더라고요. 반항심과 불만들이 저희 안에 쌓이니까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런 것들 때문에 스스로 벽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다음 앨범은 이미 작업을 시작하긴 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굉장히 거대한 프로젝트거든요. 하다가 멤버들끼리 싸워서 미뤄지든지 한계에 부딪혀서 못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타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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