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문정션' 셔릴리 펜, 순간으로 끝난 '제2의 먼로'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김형석 / 입력 : 2008.10.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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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이후 할리우드는 '제2의 먼로'를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썼으나, 그 노력은 항상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 스칼렛 요한슨이 떠오르고 있지만, 마릴린 먼로라는 '아우라'에 근접하기엔 조금은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금발의 백치미 글래머'의 화신이었던, 그 어떤 남자라도 단 한 번의 시선으로 굴복시키는 순진무구한 매력의 마릴린 먼로. 그 동안 발굴(?)되었던 수많은 '유사 먼로'들 중 최고를 꼽는다면, 그래도 셔릴린 펜이 아닐까 싶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셔릴린 펜이 출연한 수십 편의 영화들 중,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아무래도 '투 문 정션'(88)이다. 벌써 20년 전의 영화가 되어 버렸지만, 지금 봐도 이 영화의 장면들은 짜릿하며 특히 20대 초반의 셔릴린 펜은 부서질 듯 아름답다. '에로 킹' 잘만 킹 감독이 연출한 끈적끈적한 에로틱 무드도 좋지만, 이 영화의 절정은 단연 셔릴린 펜이었다.


잘만 킹 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는 본능을 억압당한, 하지만 조금만 건드려줘도 그 욕망은 급물살을 타고 터져 버릴 '여자'들의 이야기다. 여기서 모티브가 되는 상대방은, '야성 그대로'의 남성이다('와일드 오키드'(90)의 미키 루크를 떠올리면 된다). 야성의 남성은 무례하게 다가와 여자의 욕정을 자극하고, 처음엔 거부하던 여성들은 이내 뜨겁게 호응하고 오히려 남성을 능가하는 섹슈얼한 몸짓을 보여준다. 정숙한 여인의 숨겨진 욕망. 이 진부한 이야기를 다루는 '투 문 정션'이 인상적이었던 건, 100퍼센트 셔릴린 펜 때문이었다.

에이프릴(셔릴린 펜)은 대학의 퀸이었고 학생회장 출신인 채드(마틴 휴이트)와 '선남선녀'의 결혼식을 치르기 직전이다. 미국 남부의 유서 깊은 가문의 금지옥엽이다. 순결을 강요 당하며 곱고 귀하게 자란 그녀. 하지만 마을에 온 서커스단의 근육남 페리(리처드 타이슨)와 우연히 만나면서, 그녀에게 내재되어 있던 '광란의 섹스'에 대한 잠재의식이 꿈틀댄다.

이 영화에서 셔릴린 펜은 양면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겉으로는 남자들의 파괴 본능을 자극하는 고결한 모습이지만, 샤워실 벽의 구멍으로 남자들의 나체를 보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 없이 달아오른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그녀는, 부잣집 도련님을 버리고 결국 허름한 창고에서 노동자의 억센 팔뚝에 안기고 오히려 남자보다 더욱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 양가집 규수와 색녀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자유롭게 오가는 셔릴린 펜은, 단지 '섹스'에 관련된 부분만 놓고 본다면 마릴린 먼로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느낄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셔릴린 펜은 이후 여러 영화에서 섹슈얼한 역할을 반복한다. 그 중엔 '자오선'(90)처럼 야수와 섹스를 나누는 영화도 있었고,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93)처럼 사지를 절단 당하는 끔찍한 영화도 있었다. 하지만 '투 문 정션'의 매력은 다시 오지 않았고, '제2의 먼로'라는 명칭은 순간의 영광이 되고 말았다.

<김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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