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렐라, 금발미녀가 백치미를 만났을 때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김형석 / 입력 : 2008.06.0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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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렐라’라는 이름은 생소해도 ‘제인 폰다’라는 이름은 다들 한두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클래식 스타 중 한 명이었던 헨리 폰다의 딸이며, 7번 오스카 후보에 올라 두 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명배우 제인 폰다. 보수적 성향의 아버지에 저항이라도 하듯 그녀는 방항과 자유의 상징이었고, 시대의 섹스 심벌 중 한 명이었으며, 베트남 전쟁 시기엔 반전 운동에 앞장 서 ‘하노이 제인’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고, 이후엔 에어로빅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었다. 올해로 일흔 살을 넘긴 그녀는 아직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제인 폰다가 지닌 강한 ‘육체성’의 이미지 중 가장 강한 것은 ‘섹슈얼’한 그 무엇이며, '바바렐라'(68. 사진)는 그 시작일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브리지트 바르도, 카트린느 드뇌브의 연인이었던 로제 바딤 감독은 자신의 ‘세번째 여인’이었던 제인 폰다와 ‘에로틱 SF’의 걸작인 '바바렐라'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에서 제인 폰다는 41세기 우주를 여행하는 섹시한 우주인 바바렐라 역을 맡아 미래의 섹스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바바렐라는 ‘금발 미녀’ 캐릭터의 전형성인 ‘백치미’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바바렐라'는, 스토리보다는 오로지 캐릭터의 영화다. 첫 장면부터 무중력 상태에서 서서히 옷을 벗기 시작하는 바바렐라는 나체가 된다(그녀의 은밀한 부분은 자막에 의해 교묘히 가려진다). 그녀의 임무는 우주의 한 지역인 ‘소고’에서 과학자 듀란듀란을 찾아오는 것. 과학자 ‘핑’, 혁명군 지도자 ‘딜다노’ 그리고 눈 먼 천사 ‘파이가’가 그녀를 돕는다.

이 영화는 미래엔 삽입 섹스가 사라지고 감정적 주파수만으로 섹스를 나눈다고 설정하는데, 바바렐라는 우연히 전통적 방식의 섹스를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바바렐라라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은근함이다. 글래머러스하지만 성적으로 백지 상태에 가까운, 마치 이브와도 같은 여성이 서서히 각성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섹시하게 포착한 로제 바딤 감독은 '바바렐라'에서 당시 연인이었던 제인 폰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낸다.

아직도 영화사상 손꼽히는 에로티시즘 무비로 평가되는 건, 바바렐라가 겪는 ‘섹스 오딧세이’가 지닌 순수함 때문. 뿌연 비닐 저편에 아른거리는 그녀의 누드는 파격적 노출보다 자극적이고, 오르가슴을 느낄 때 제인 폰다가 보여주는 완벽한 표정 연기는 노골적인 섹스 신보다 100만 배는 찌릿하다. 어느 정도냐고? 바바렐라의 정성스러운 섹스는, 날고 싶은 의지를 상실했던 천사의 날개마저 다시 펴도록(일종의 발기!) 만든다.


파코 라반이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바바렐라의 의상 또한 바바렐라의 섹스 어필을 더욱 상승시켰던 요소. 영국의 유명 밴드이며 최근 내한 공연을 했던 ‘듀란듀란’의 그룹 명은 '바바렐라'의 과학자 이름에서 따왔다.

<김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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