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강철중', 7월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님은 먼곳에', 8월 '신기전' 등 대형 한국영화들이 포진돼 있는 올 여름. 그러나 극장가에는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기이한 현상들이 이어지고 있다.
공포영화, 가족영화, 그리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실종된 것이다.
해마다 5월부터 8월까지 극장가에는 공포영화들이 즐비했다. 지난해에는 '기담'을 비롯해 '해부학교실' '므이' '두 사람이다' 등이 만났다. 영화계에는 처음 개봉하는 공포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는 속설까지 있을 정도로 여름이면 공포영화 개봉 순서를 잡는 경쟁이 불붙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봉을 앞두고 다투기는커녕 개봉이 확정된 공포영화조차 없다.
박재식 감독의 '외톨이'가 현재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긴 하지만 아직 개봉 시기조차 정하지 못했다. '외톨이' 외에 올 여름 한국 공포영화는 없다는 게 영화계의 진단이다.
가족영화도 사라졌다.
해마다 5월을 앞두고 꾸준히 한두편씩 가족 관객을 겨냥한 한국영화들이 극장에 포진했으나 올해는 그동안 창고에 있던 영화 두 편이 극장에 걸릴 뿐이다.
아역스타 유승호가 주연을 맡은 '서울이 보이냐'는 당초 2006년 '우리 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크랭크업됐으나 2년여간 창고에 머물다 최근에야 5월8일로 개봉을 확정했다. 원로배우 신구가 주연을 맡은 '방울 토마토' 역시 지난해 6월 크랭크업했으나 1년이 지나서야 비로서 5월29일 개봉하게 됐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되어 오던 가족영화들은 기획 단계에서 발전을 못하게 있는 게 현재 한국영화계의 사정이다.
'바람피기 좋은날' '황진이' '어깨너머의 연인' 등 지난해 줄줄이 개봉했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올 여름 한국영화의 한가지 현상이다.
1월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아줌마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뤄 호평을 받았지만 스포츠영화 제작 붐으로 이어졌지 여성영화 제작 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달 30일 개봉하는 '비스티보이즈'와 '가루지기'를 비롯해 5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즌을 지나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은 온통 남자 주인공 일색이다.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준비되고 있는 작품도 드문 실정이다.
올 여름 한국영화계에 이렇게 세가지가 사라진 이유는 흥행 부진이 가장 크다. 지난 몇년 사이 공포영화와 가족영화, 그리고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고배를 마시면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한국영화 '3無' 현상은 다양성이 강점이었던 한국영화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록버스터와 20대 여성 관객을 타켓으로 하는 작품들만 양산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다양한 장르에서 폭발하듯 등장하는 영화들이야말로 한국영화의 장점인데 흥행 부진으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그동안 무엇이 부족했는지 제작자들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