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내 유통기한은 앞으로 3년"(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3.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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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drbs23@>
우리 나이로 서른 셋.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지만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되기에는 과분한 나이이기는 하다.

몸짱 스타? 헬스 선수도 아니고 근육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도 이젠 지겹다. 발음 논란은 데뷔 때부터 따라다니는 이야기이다.


권상우는 자신에 대한 입방아에 휘둘리기보다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지켜보려 한다. 그는 "스타도 아니고, 배우도 아닌, 그 중간에 서있는 것 같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또 "나라는 상품의 유통기한을 정확히 알고 있다. 3년 정도 남았다. 그 다음은 내가 하고자하는 열정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고도 했다.

권상우가 '숙명'(감독 김해곤)에서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돈 때문에 친구를 배신한 철중 역을 맡았다.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아무나 가리지 않고 '싸데기'를 날린다. 그렇지만 어설프다. 마냥 악하다기보다 가족을 위해 돈을 좀 만져봐야 한다는 욕심 하나로 좌충우돌하는 인물이다.

권상우는 "이제 완전히 30대이다. 배우로서 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혼독한 시기를 거치면서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이 '숙명'이라는 것도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못된사랑'보다 '숙명'을 먼저 촬영했다. 이 작품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영화를 해야할 시기였고 마침 '숙명'이 내게 왔다. (송)승헌이가 메인이지만 나는 철중이가 계속 걸렸다. 극장을 나설 때 생각나는 캐릭터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송승헌이 메인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가.

▶착하고 멋있고 분량도 나보다 많다. 어찌보면 나는 두번째 주인공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지, 누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철중이를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만 생각했다.

-권상우가 악역을 맡으면 멋있는 악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영화에서는 좀 어설픈 조폭으로 등장하는데.

▶머리를 '올백'하고 정장을 입으면 '간지'가 난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웃기는 악역이 없으란 법이 있나. 또 송승헌과 김인권, 지성 그리고 나 중에 건달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다. 내가 멋있게 보이려 했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정이 있는 놈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건달이라도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결과에 만족하나.

▶배우로 1부터 10까지 다 얻으려 이 작품을 한 게 아니다. 지금까지 로맨틱코미디, 멜로, 액션 등 여러가지를 해봤다. 이제부터 완전히 30대이다. 30대 배우들이 한국영화에서 다양하게 활약을 하고 있지 않나. 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권상우도 이런 것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쉬는 동안 제의 받았던 좋은 작품들을 많이 놓쳤다. 후회는 없나.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그저 모든 게 운명이고, 숙명인 것 같다.

-어려운 시간이 한동안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잃은 것이 있고 얻은 것이 있다면.

▶한류스타라는 남들이 붙여준 이름으로 여러 사람들의 욕심에 희생양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낙천적인게 장점이다. 대전에서 미대를 나온 학생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나를 믿어주고 또 지켜준 사람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데뷔 때부터 언제나 나를 지켜보는 분들이 있다. 언제나 반갑고 또 감사하다. 그 소중함을 어찌 말로 다 하겠나.

모든 게 숙명이고 운명인 것 같다.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어떤 사람은 나쁜 일에 부딪히면 주저앉고 어떤 사람은 일어나고.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타이밍이 중요하고 그런 모든 게 숙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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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drbs23@>
-하루하루에 충실하려한다는 사람들과는 달리 인생설계를 다 해놨다고 하던데.

▶내 꿈이 어디고, 내 욕심이 어디까지인지 많이 생각해봤다. 35살 안에는 결혼을 해야 할 것이다. 꽃미남이란 수식어가 언제까지 따라다니겠나.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여러가지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는 상품을 볼 때 앞으로 3년이 유통기한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하고자하는 열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솔직하다.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고.

▶스타들이 너무 오픈되면 안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게 그건 아닌 것 같다. 한동안 사회면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쉬는 동안 나를 잊지 않게 해준다고.(웃음) 사회면에 나는 게 쉬운게 아니다.

-꽃미남 스타들을 보면 외모의 한계를 벗어나려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데.

▶억지로 작가주의 감독과 연을 맺고 싶지는 않다. 좋은 작품이 내게 주어진다면 그 역에 충실하는게 맞는 것 같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이 더 깊어진 것 같다.

▶이 나이에 붕 떠있으면 안되지 않겠나.(웃음) 이젠 깊어지고 싶다. 정말 '쪽'팔리지 않는 영화하고 싶다. 다음 작품으로 '대물'을 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멋있고 돈 좀 있는 역은 이제 아닌 것 같다. 여자를 이용해 일어나려하는 제비, 그게 내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상대역으로 고현정이 결정됐는데.

▶'모래시계' 고현정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잘해야지.

-많은 한류스타들이 할리우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고, 또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데.

▶가면 좋죠. 하지만 한국에서 내가 만족을 못했는데 섣불리 나선다는 것은 우스운 것 같다. 마치 고등학교도 졸업 못했는데 서울대 시험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김해곤 감독이 권상우의 연기에 무척 만족한다고 하던데.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뿐이다. '숙명' 촬영을 앞두고 데뷔 때 연기를 배웠던 선생님을 찾아갔다. 많이 쉬었고, 또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일대일로 연기를 배우고 혼자 상황극도 해보고... 그렇게 준비해서 촬영장에 가면 모든 것을 쏟아내고 오고 싶었다.

-지금 권상우를 정의한다면.

▶스스로를 아직 정의내릴 수는 없는 것 같다. 난 스타도 아니고 배우도 아니고 항상 중간에 서있는 것 같다. 이제 배우쪽으로 한 발자국 더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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