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vs KT, 영화배급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3.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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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한국영화계에 가장 꼽히던 화두는 SKT와 KT라는 양대 통신회사의 영화계 진출이었다. 싸이더스FNH를 짊어진 KT와, IHQ와 청어람을 보유한 SKT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영화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영화계에서는 이들이 가져올 변화를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지켜봤다. 위기라는 소리가 새롭지 않은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자금원이 등장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기존 배급 시장을 혼란시키며 조그만 파이를 나눠먹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존재했다.


이제 막 올해의 4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SKT와 KT의 영화계 진입으로 인한 변화와 양대 라이벌 통신회사의 대결을 점검했다.

먼저 배급업에 뛰어들어 휘파람을 분 것은 싸이더스FNH를 내세운 KT였다. 지난해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첫 배급업에 뛰어든 싸이더스FNH은 비록 쓴 맛을 봤지만 올 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회했다. 싸이더스FNH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배급을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메이저 배급사들이 설 대목을 노리면서 비게 된 틈새를 제대로 공략해 4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KT와 SKT의 본격적인 대결은 설 연휴에 벌어졌다. 싸이더스FNH가 ‘라듸오 데이즈’를 제작 및 배급했으며, SK는 투자 및 배급을 맡은 ‘원스어폰어타임’이 설 연휴에 나란히 개봉했다.

초반 대결의 승리는 SK로 돌아갔다. ‘라듸오 데이즈’가 50만명이 채 못미치는 저조한 관객을 동원하며 소리소문 없이 극장에서 내려진 것에 비해, ‘원스어폰어타임’은 180여만명을 동원하며 나름 선전을 펼쳤다.

SKT 관계자는 “올해 목표는 영화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원스어폰어타임’은 수익면이나 스크린 확보면에서 분명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물론 두 회사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싸이더스FNH는 투자보다는 제작에 주력하는 회사이며, 자체 제작하는 영화를 배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반면 SKT는 투자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배급에 진력하고 있다.

두 라이벌 통신회사의 영화계 진출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KT가 자사 영화에 주력하고 있는 데 비해 SKT는 기존 제작사와 호흡을 맞추며 여러 영화에 투자를 하고 있다.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삼국지-용의 부활’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배급하기로 결정했으며, 김대승 감독의 ‘연인’을 투자 및 배급한다. 또한 김상진 감독의 ‘도둑가문’과 내년에는 ‘로보트 태권브이’ 실사판을 투자 배급할 계획이다.

돈줄이 말라있는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T와 KT의 영화계 진출로 극장에서 DVD, 케이블, 지상파로 가는 기간이 엄청나게 단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의주도 미스신’이 극장에서 내린 지 얼마 안돼 벌써 페이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두 이통사가 영화계에 진출한 게 콘텐츠 확보라는 점을 염두할 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미국은 극장에서 영화가 내려온 뒤 그 영화를 보려면 상당한 기일이 걸린다. DVD와 케이블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극장을 찾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한 데다 홀드백 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극장 관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배급사와 제작사 또한 합법적인 다운로드와 페이TV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양한 윈도우를 가지고 있는 통신사에 비해 여러면에서 뒤처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SKT와 KT, 두 이통사가 영화산업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할 기색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SKT측은 “미디어 통신회사로 서로가 긍정적으로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KT측 역시 “두 회사의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면서 “각자 자신 있는 분야에서 노력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SKT와 KT가 현재로서는 영화산업이라는 개척지에서 신사협정을 맺고 있다지만 이 기운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페이TV 수요자들의 요구에 따라 더많은 콘텐츠 확보가 필요해지고, 물량 확보가 절실해진다면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영화계 성적이 분명히 드러날 즈음이면 양사의 라이벌 의식도 작용할 지도 모른다. SKT와 KT의 영화계 진출과 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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