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를 알기위한 개념학습-악마같았던 사도②

'에반게리온: 서'에 나오는 제4사도 샴시엘.

1990년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에서 가장 관객을 괴롭힌 건 역시 끊임없이 나타난 사도(使徒)였다. 영어로는 '천사'(Angel)를 뜻하는 사도가 '에반게리온'에서는 지구와 인류를 파멸시키려는 악마들처럼 묘사됐으니까.(그러나 1997년 극장판 2편에서 급반전이 있다!) 어쨌든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15사도는 왜 인류에게 겁없이 덤벼든 것일까.(24일 개봉하는 '에반게리온: 서'에서는 제3, 제4, 제5사도, 그리고 인간형 사도인 제17사도까지 총 4사도가 출현한다.)


그 표면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신의 영역에 자꾸 도전하는 인간들에게 신이 벌을 내리기 위해 '천사'들을 보낸다는 것. 아담과 사도가 접촉하면 전 인류를 몰살시킬 만한 쓰나미급 '임팩트'가 발생한다는 게 이 애니메이션의 기본 출발점이다. 이 사도와 아담의 접촉을 막는 게 '생체병기' 에반게리온과 '특무기관' 네르프의 기본 임무. 이처럼 아담과의 결합을 시도하려는 '그쪽' 사도들과 '우리' 에반게리온들의 연속되는 대결이 이 애니메이션의 기본 컨셉트다.

제1사도는 2000년 남극에서 발견된 아담이었다. 이 아담은 제2사도와 접촉, 세컨 임팩트를 일으켰다. 네르프는 아담을 유충 형태로 보관한 후, 대신 아담의 아내 릴리스를 지하기지인 지오프런트에 봉인시켰다. 왜 이런 위험한 짓을? 오로지 아담과의 결합만을 생각하는 사도들을 한 곳으로 유인, 격퇴시키기 위해서였다.

제3사도부터는 2015년에 등장한다. 제3사도는 TV시리즈 제2화, 그리고 '에반게리온: 서' 첫 장면에 등장한 사키엘. 처음 에바 1호기에 탑승한 신지가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을 때, 이를 보호하기위해 스스스로 폭주한 에바 1호기에 의해 처치됐다. 에바를 제 몸으로 덮어씌워 자폭했지만, 죽은 건 저 뿐이었다. 가늘지만 강력한 두 팔과 날카로운 쇠꼬챙이 같은 손이 주 공격무기다. '에반게리온' 시리즈에서 사실상 제 모습을 처음 드러낸 사도였기에 그 충격은 컸다.

제4사도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대 오징어 모양의 샴시엘. 에바 1호기의 프로그레시브 나이프에 의해 일종의 생명줄인 '코어'를 찔려 한방에 나가 떨어졌다. 샴시엘이 휘두른 전깃줄은 정말 대단했다. '에반게리온: 서'에서는 20세기 버전보다 이 전깃줄의 디지털적 표현력이 극도로 상승했다. 이어 나타난 제5사도는 거대한 정육면체 모양의 라미엘로, 에바 1호기의 포지트론 라이플에 의해 저격돼 사라졌다. 수비력 하나는 거의 난공불락 수준.

'에반게리온: 서'에 나온 제3사도 사키엘.

이밖에 '에반게리온' 세계에서는 또다른 여주인공 아스카의 에바 2호기가 처음 싸운 제6사도 가기엘, 싱크로에 성공한 에바 1호기(신지)와 2호기(아스카)의 동시공격으로 섬멸당한 제7사도 이스라펠, 에바 2호기의 냉각액으로 퇴치한 제8사도 산달폰 등이 연이어 등장, 위용을 과시했다. 특히 0.1초도 안 틀리고 동시에 코어를 가격당해야 죽는 제7사도 이스라펠 쌍둥이 사도는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이어 제9사도 마타리엘은 에바 1호기의 팔레트 권총에 의해, 제10사도 사하퀴엘은 에바 0호기(레이)와 2호기에 의해, 제11사도 이루엘은 진화촉진 프로그램에 의해 스스로, 제12사도 레리엘과 제14사도 제르엘은 폭주한 에바 1호기에 의해 각각 파괴됐다. 제13사도 발디엘은 더미 시스템을 가동한 에바 1호기가, 제15사도 아라엘은 에바 0호기가 쏜 롱기누스 창에 맞아 격파됐다. 제16사도는 에바 0호기의 자폭으로 함께 파괴됐다.

가장 인상적인 건, 그래서 사도임에도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건, 인간형 사도인 제17사도 타브리스. 바로 에바를 조종할 '피프스 칠드런'(Fifth Children)으로 뽑혀 신지의 친구까지 된 카오루. 그는 네르프 지하에 봉인된 아담이 진짜 아담이 아니라 릴리스임을 알게 된 후 친구인 신지에게 부탁, 에바 1호기에 의해 스스로 죽음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