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계' 탕웨이 "극한넘는 체위 요구에 기예단 부르라 했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0.3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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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인턴기자>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색,계'(감독 이안)의 여주인공 탕웨이는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신예이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감성있는 연기와 농후한 매력으로 영화에 숨을 불어넣었다.

특히 실전을 방불케하는 격정적인 베드신은 여배우로서는 쉽지 않았을 법도 하지만 탕웨이는 "그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0살 때 모델 생활을 시작해 2004년 베이징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최종심에 올랐던 탕웨이는 사실 베이징중앙연극학원에서 영화감독론을 전공해 지금까지 연기 경험이 일천하다. 1만대 1의 경쟁을 뚫고 이안과 양조위라는 세계적인 감독, 배우와 호흡을 맞춘 그는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라면서 "혼자였다면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신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영민한 탕웨이를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사려 깊으면서도 진지한 탕웨이의 답변을 그대로 옮긴다.

-이안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촬영 자체가 학습 과정이었다. 이안 감독님은 가장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쳐준다. 또한 배우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똑같은 비중으로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일천한 나와 세계적인 양조위의 구분은 없다. 다만 감독님의 요구는 굉장히 까다롭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그 누구보다 디테일하다.

-양조위가 굉장히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정말 프로페셔널하다. 내가 신인인데도 한 명의 배우로서 정중히 대해줬다. 내 실수로 여러 번 테이크가 갈 때도 '네가 잘 나와야 나도 잘 나온다'며 한 번도 타박을 하지 않았다. 어깨만 나오는 장면에도 언제나 카메라 밖에서 연기를 해줬으며 아예 등장하지 않는 장면, 예를 들어 일식집 장면에서도 카메라 밖에서 울기까지 해주면서 리액션을 해줬다.

영화를 보면 그 역할이 양조위의 얼굴에 박혀 있더라. 주름까지 생길 정도로... 배우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까지 그 인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안 감독이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연출을 했다고 들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던졌다. 촬영이 끝나고 나 뿐만 아니라 감독님, 양조위, 왕리홍 등 모든 사람들이 병을 앓았다. 아마도 에너지를 모두 소비했기 때문인 것 같다. 왕리홍의 경우 살인 장면을 세 번 찍었는데 감독님이 더 할 경우 배우가 다칠 것 같다고 그만하라고 할 정도였다.

그 장면을 찍고 난 뒤 감독님과 왕리홍이 모니터를 하다가 끌어안고 울더라. 나 역시 달려가 함께 울었다. 그런데 모든 배우들이 하나씩 감독님과 그런 경험이 있었다. 타이완에서 개봉할 때도 마찬가지로 배우들이 얼싸안고 울었다.

-'색,계'가 미국에서 NC-17등급을 받는 등 베드신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여배우로서 쉬운 장면은 아니었을텐데.

▶미국 배급사인 포커스필름에서 이 장면은 자르면 안된다고 결정했다. 우리도 모두 공감했고. 물론 어느 정도 편집을 했으면 흥행에 더 좋은 등급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베니스에서 상을 받았을 때에야 비로서 이 작품을 예술로 인정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안도할 수 있었다. 개인상이 아니라 작품상이어서 더욱 좋았다. '색,계'는 모두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정사신은 오랜 리허설을 거쳤다. 동작 리허설이 아니라 캐릭터에 어떻게 하면 빠질 수 있을까를 연습했다. 그래서 리허설은 서로가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이안 감독님이 로맨틱한 음악을 틀고 우리에게 블루스를 춰보라고도 했다. 이안 감독님은 새로운 방법으로 배우에게서 끄집어내는 데 최고인 것 같다.

▶11일 동안 베드신을 촬영했는데 원래는 난 좀 보이시하고 운동도 많이 한 편인데 촬영이 끝나고 완전히 변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반나절 촬영을 하면 체력이 다 소진된 것 같았다. 어떻게 보여질지, 그런 사심을 완전히 버렸다. 촬영장에는 감독님을 포함해 4명이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촬영 중 감독님이 헤어 메이크업까지 해줬다. 극한을 넘어서는 동작까지 요구해 이 장면은 배우가 아니라 아크로바트(기예)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감독님의 요구를 전적으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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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인턴기자>
-아직 보수적인 사회인 중국 개봉을 앞두고 10여분이 편집되기도 했다.

▶정사신은 이 영화에서 너무나 중요하다. 언어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복당하고 정복하고 밀고 당기는 그 시대를 담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나 완벽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감독님을 만나서 이틀 동안 밤을 새워 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감독님이 그 뒤 그 인물에 나를 녹여냈다. 이안 감독님은 배우로부터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중국에서 삭제된 채 개봉된 건 배우로서 물론 유감이다. 감독님도 유감일 것이다. 하지만 삭제된 영화를 보고도 다른 나라 관객과 같은 반응을 보여서 의외였다.

-연출 전공이었는데 늦은 나이에 연기자로 데뷔했는데.

▶운명인 것 같다. 나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짜고 행동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 때 그 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이번 작품은 내가 얼마만큼 표현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늘이 나를 너무 사랑한 게 아닌가 싶다. 마치 카메라가 나를 보고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이안 감독님이 배우로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하셨다. 문을 너무 크게 열어줘서...(웃음) 이번 작품은 배우 탕웨이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모두가 아니었으면 나 혼자 영화를 결코 짊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 연출 전공으로서 좋아하는 한국영화가 있다면.

▶아무래도 연출 전공이다보니 배우보다는 감독을 좋아한다.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님의 영화의 경우, 영화를 보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했다. '색,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영화는 '봄날은 간다'를 인상 깊게 봤다. 물론 중국에서 유명한 '엽기적인 그녀'도 좋아한다. '경화연자'라는 드라마에서 경찰로 나오는데 '여친소'의 전지현과 비슷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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