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혜왕후' 한다민 "초교때 별명이 영동깡패"(인터뷰)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10.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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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인턴기자


그의 첫 등장은 스타탄생을 알리는 듯 했다. SBS '왕과 나' 8회에서 첫 출연한 장성한 공혜왕후 역의 한다민(23).

가체를 올리고 녹색 당의 차림으로 의젓이 정좌한 모습은 대사 한마디 제대로 없었음에도 "과연 누구냐?"는 궁금증을 낳게 했다. 넓고 반듯한 이마에 단정하게 고운 얼굴, 처연하면서도 차분하고 위엄있는 눈빛은 그야말로 '중전다웠다'.


성종(고주원 분)의 첫번째 비 공혜왕후 역은 제작진이 막판까지 캐스팅을 보류했던 역할이다. 궁궐안 내금부의 최고 위치에 있는 여인이니 만큼 여주인공 소화(구혜선 분)는 물론 내시나 상궁, 여타 신하들에게도 꿇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배우를 찾기 위해서였다.

"방송을 타기 며칠 전 캐스팅이 됐어요. 사극 경험이 없었으니 덜컥 겁이 나긴 했지만 '비중은 작지만 열심히 하라'고 하셔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사가 많아지더라구요. 점차 중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이 죽을 때가 된 거죠.(웃음) 언제까지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오래 살고 싶긴 해요."

공혜왕후는 정치적 욕망이 대단했던 영의정 한명회의 딸로 역사상 성종 5년 19세로 소생 없이 죽은 인물이다. 제작진은 소화에 대한 성종의 깊은 그리움과 사랑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오히려 더 아름답고 어질고 지혜로운 중전을 원했다.


극중 첫날 밤 소화 때문에 소박을 맞지만 자신의 부덕을 탓하며 출궁하게된 소화의 존재를 감싸고, 성종의 첫사랑인 것을 알게 된 후 나서서 소화를 후궁으로 맞는다. 한다민은 이러한 국모로서의 모습을 안정된 발성과 연기력으로 조근조근하지만 강단있게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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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인턴기자


이 같은 연기가 가능했던 것은 데뷔하기 2년전부터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은 후 '준비된 신인'으로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 2월 대학(경희대 사회학과)을 졸업하기까지 그는 CF 모델을 거쳐 단역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왔다.

"한영외고 3학년때 대학에 합격 후 우연히 연예계 관계자를 만나게 돼서 연기 수업을 시작했어요. 돋보기 같은 안경을 쓰고 무릎밑까지 내려오는 교복치마에 '귀밑 3㎝' 헤어스타일, 몸무게가 50kg 후반대까지 가던 때였으니 제가 연예인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때였죠. 그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대학에 들어와서 무려 14kg을 감량하자, 그의 미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남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연기력이 급속도로 향상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발휘됐기 때문일까.

"초등학교 때 별명이 '영동 깡패'였어요. 남자애들과 하도 치고받고 싸워서.(웃음) 이상하게 운동에서 만큼은 남자애들한테 지기가 싫어해서 태권도, 수영 등 웬만한 운동은 다 잘하는 편이에요. 그러나 별달리 '끼'가 있거나 연기를 잘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연습기간 중 갈등이 많았죠. 하지만 실패자 이미지로 낙인찍히는 것도 싫고 준비한 것이 아까워서 한번 해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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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인턴기자


마침내 얼마전 종방한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자칭 '선수'인 진하림(김동욱 분)을 머리 꼭대기에 앉아 요리하는 한별 역으로 등장,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유명세를 치르게 됐다. 활동적인 신세대 아가씨인 그에게는 한별 역이 오히려 본 모습에 가까울 듯. 다른 이에게 마음이 가있는 지아비를 인내하고, 후궁까지 맞는 공혜왕후는 그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아주머니들께서 제가 정말 공혜왕후 같은 줄 아시고 '불쌍해서 어떡하냐'고들 하시는데, 저는 공혜왕후가 이해가 안갈 때가 많아요. 저라면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대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할 때 '공혜왕후'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싶어 가련한 마음에 '울컥'할 때도 있어요."

더 예뻐져서 스타가 되기보다는 연기에 더 치중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 흔하디 흔한 치아 미백치료조차 받지 않았다는 한다민은 자신의 매력과 포부를 묻는 질문에도 주관이 뚜렷한 대답을 했다.

"촌스럽고 연예인같지 않은 소박함이 제 매력 아닐까요? 어떤 배우가 되겠다, 어떤 역할을 맡고 싶다는 거대한 목표는 없어요. 다만 저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성실히 해나가며 저만의 매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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