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촬영중인 비 "다들 기적이래요"

[비, 독일 현지 인터뷰]①"나를 확 잡아주는 여자가 있으면 좋겠다"

베를린(독일)=김원겸 기자 / 입력 : 2007.08.21 09:12 / 조회 : 2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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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베를린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교회는 전쟁의 비참함을 일깨우기 위해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맞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사진=김원겸 기자
비(정지훈)는 영화배우가 되면서 독일 베를린과 깊은 인연을 보이고 있다. 영화 데뷔작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베를린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할리우드 진출작인 ‘스피드 레이서’의 촬영지가 베를린이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는 창간 3주년(9월1일)을 맞아 ‘스피드 레이서’를 촬영 중인 비를 베를린 현지에서 인터뷰했다.


두 달 만에 만난 비는 언제나처럼 표정이 밝았다. 다만 두 달 넘게 외국 생활하다보니 한국이 너무 그립다고 했다. 더욱이 소속사 문제 등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빨리 귀국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15일 공연을 위해 미국 LA로 출국했고, 영화 촬영을 위해 7월1일 독일에 입국해 현재까지 영화촬영 중이다. 그는 오는 27일이면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비와의 인터뷰는 그의 휴일인 일요일(19일·독일시간) 점심에 시작해 식당과 극장, 노천카페 등을 옮겨가며 자정 무렵까지 오래도록 진행됐다.

◆" '스피드 레이서'는 내게 많은 기회를 줄 영화”


비는 ‘스피드 레이서’에 거는 기대가 무척 컸다. 감독(워쇼스키 형제)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고, “촬영 시작하고 깜짝 놀랄 만한 작품이란 걸 새삼 실감했다”며 자신감이 넘쳤다.

“이 영화는 167개국에서 개봉할 작품이에요. 영화 찍기 전에는 한 신이라도 폭발력 있는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건 기우였어요. 또 내 출연분량도 촬영을 진행하면서 많이 늘어났어요. 지금 기분도 좋고 컨디션도 좋아요.”

비는 애초 출연분량이 약 30분이었지만, 워쇼스키 감독이 비의 매력에 빠져 없던 장면을 만들어내 약 40~50분으로 늘렸다. 비는 영어 대사를 아직 ‘외워서’ 하는 수준이지만, 발음이 좋아 영어에 관해 단 한 번도 지적 받은 일이 없다고 한다.

비는 할리우드 영화 출연소감을 묻자 “자본력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며 제작비 3000억원의 힘을 귀띔했다.



비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가 약 400명가량 투입되는 대작인데도 3개월 만에 모든 촬영이 끝난다며, 이는 12대의 카메라가 한 장면을 동시에 촬영하고, 촬영 직후에는 CG(컴퓨터그래픽)가 곧바로 만들어져 제작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영화는 CG기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영화에요. 건물도 자동차신도 모두 CG죠. 사람도 미리 스캔을 해놔서, 엑스트라가 필요할 때 즉시 CG로 만들어내죠. 하지만 촬영하면서 실물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연기하려니 어색하긴 하지만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비는 ‘스피드 레이서’에서 극의 갈등을 풀어나갈 키를 가진 동양인 레이서 ‘태조 토고칸’으로 출연한다. 비는 촬영 중 영화사로부터 ‘예비 할리우드 스타’로서 충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비는 이 영화가 미국진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써 앞으로 자신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기대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실제로 비는 현재 다른 할리우드 영화사로부터 원톱 영화의 남자주인공 출연제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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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지난 2월 참가한 베를린 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이 깔려 있던 '시어터 암 포츠담 플라츠' 극장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원겸 기자
◆ “아시아, 미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물결”

비는 “이제는 미국의 대중문화 핵심은 아시아”라며 아시아 출신 스타들의 활약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아직은 아시아인으로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미국 팝시장에서도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아시아 팝스타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미국에서 엘비스 프레슬리가 인기를 얻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흑인이 빌보드에 오르리라 생각 못했다. 하지만 투팍이 해냈고 이후 흑인가수들이 빌보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흑인 이후에는 리키 마틴과 샤키라, 제니퍼 로페즈 등 라틴계가 팝음악의 중심이 됐다. 이들에 이어 미국의 대중문화를 이끌 새로운 물결은 아시아계라는 분석이다. 재키 찬과 저우룬파(주윤발)은 이미 원톱 주연 영화에 출연할 만큼 배우로서 성공한 아시아인이다.

“아시아인은 안된다는 생각은 금물이에요.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죠. 내가 아니면 내 후배들이 하고, 그 후배가 안되면 또 그 후배의 후배가 꼭 했으면 좋겠어요. 자꾸 두드리다보면 언젠가 문이 열릴 것이고, 아니면 문을 부수던지 해야 하지 않겠어요?”

비는 내년 영화 ‘스피드 레이서’ 개봉에 맞춰 미국에서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영화가 개봉되고 음반이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는 것이다. ‘스피드 레이서’ 개봉시기는 대략 내년 6~7월. 비는 내년 9월께 미국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는 현재 미국의 대형 프로듀서 2명과 음반계약을 논의 중이다.

미국 최고의 프로듀서가 만든 음악에 한국인의 감성을 접목하겠다는 비는 내년을 ‘심판의 해’로 선언하고 만반의 준비를 기한다는 각오다.

“지난해 ‘타임100’이나 올해 ‘피플’이 선정한 ‘아름다운 100인’에 포함된 것은 팬들의 힘에 의한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내 첫 영화, 첫 앨범으로 내년에 진짜 심판을 받게 됩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듯 저도 처음부터 대박을 꿈꾸지 않습니다. 일단 도전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비는 “'스피드 레이서'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 어떡하죠?”라는 농담으로 슬쩍 자신감을 내비친다. 비는 현재 미국 진출에 있어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 당분간 미국 일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내년까지 정규음반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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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작품사진'을 찍어 달라며 그의 숙소인 인터콘티넨탈 호텔 인근 거리에서 사진촬영에 임했다. ⓒ사진=김원겸 기자
◆ “나도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재테크는 아버지 몫”

비는 과거 한 TV 토크쇼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종로에서 키스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여자가 지금 있느냐’고 묻자 비는 “나도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과거와 다른 대답을 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개인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힘차게 달리던 비에게서 예상과 다른 대답이 나왔다.

“나를 확 잡아주는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누나 같고 편안하고, 털털하고 소탈하고, 장난 칠 수 있고…. 예쁘면 좋죠. 예쁘고 착하면 더 좋구요. 꼭 검소한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이런 여자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웃음)

비는 월드투어 개런티로 50억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 몇 년간 CF 수입 등으로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비는 “내 또래 나이에 비하면 많이 벌었다. 부자다. 내가 꿈꿔왔던 것을 해냈다”며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비는 며칠씩 굶으면서도 춤 연습을 했고, 잠도 하루에 두 시간 자면서 연습해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 그가 버는 돈은 그 굶주림과 땀, 눈물의 정당한 댓가다.

비는 방 두 칸짜리 좁은 집에 살던 고교시절, 어둠 속에서 바퀴벌레가 든 물을 모르고 마신 일이 있다고 했다. 그 때 바퀴벌레를 뱉어내고 눈물을 흘리며, ‘10년 내에 마당 있는 집을 부모님께 선물해 편안하게 모시겠다’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결국 비는 7년 만에 그 꿈을 이뤘다. 그는 지난해 서울 삼성동에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했다.

“과분한 집이죠. 바라만 봐도 행복합니다. 특히 아버지가 너무 뿌듯해하시고 자랑스러워하시는 게 좋아요.”

비는 아직 어린 나이에 큰돈을 만지는 게 조심스럽고, 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재테크는 아버지의 몫이라 했다.

비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내년에 나올 자신의 미국에서의 결과물에 대해 기대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할리우드 영화에 처음 출연하면서 큰 비중을 맡는 게 힘든 일인데, 다들 저를 보고 기적이라고 했어요. 내년에는 미국 음반도 나오니까, 좋은 결과 있으면 많은 격려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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