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와 ★데이트…"나도 빨리 남친을 만들든지 해야지"

김원겸 기자 / 입력 : 2007.08.08 15:39 / 조회 : 9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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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오페라극장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기원 기자 xanadu@
아침부터 거센 빗줄기가 아스팔트를 세차게 내려쳤다. 데이트 하는 날, 비가 때로는 낭만에 젖게 하지만 집중호우는 성가신 일이다. 오늘은 가수 양파와 뮤지컬 ‘댄싱 섀도우’를 보며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오후가 되자 다행히 비가 그치고 흰 구름이 적당히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scene #1. 예술의 전당 계단광장

오후 6시30분. 약속시간에 양파가 조금 늦었다. 데이트에 앞서 방송녹화가 있었던 양파는 곧장 오지 않고 미용실에 잠깐 들러 ‘꽃단장’을 다시 했단다. 데이트 한다고 예쁘게 화장을 한다는데 말릴 남자가 있으랴. 양파는 검은색 드레스에 빈티지 느낌의 손지갑을 들고 긴 머리를 찰랑이며 나타났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한 파리지엔 같은 스타일을 하고. 컴백할 때부터 예뻐졌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은 더 예쁜 여인이 됐다.

"어머, 제가 좀 늦었죠?" "아니, 괜찮아. 오늘은 더 예쁜 걸." "피~" "하하."

데이트를 망칠 뻔 했던 날씨 이야기부터 꺼냈다. “비 때문에 오늘 데이트 못하나 걱정했다”는 기자의 말에 양파는 “전 비가 좋은데”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나도 비 좋아. 귀엽고 춤 잘 추고, 키도 크고…. 멋있잖아" "아이, 뭐야~ 썰렁하게~"

양파는 간밤에 한숨도 못 잤다며 작은 볼에 바람을 넣었다. 그러나 오페라극장 앞 '춤추는 분수' 앞에 서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분수는 갖가지 도형을 그리며 춤을 췄다. 집이 인근이어서 우면산에 자주 오른다는 양파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분수와 산을 번갈아보며 비 갠 오후의 여유를 즐겼다.

계단광장에 설치된 '스누피' 캐릭터 그림 앞에서는 각각의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고, 가위바위보를 하며 이긴 사람이 계단을 몇 개씩 오르는 ‘유치한’ 놀이도 해봤다. 사람들이 '구경'하는 통에 쑥스러웠다.

오후 7시20분. 뮤지컬 상연이 10분도 시간이 남지 않아 극장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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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극장 앞에 위치한 분수가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홍기원 기자
scene #2. 오페라극장 - 장엄한 음악에 압도

1층 B열 191, 192번. 양파와 기자의 자리였다. 좌석이 열 중간이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른 사람의 무릎을 타듯 지나치며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앗! 그런데 웬걸. 양파 앞줄엔 앉은키가 유난히 크고 머리도 큰 남성이 떡 하니 시야를 가렸다. 허탈한 웃음으로 어쩔 줄 모르는 양파를 위해 자리를 바꿨다.

덕분에 기자는 3시간 내내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 앞의 거대한 머리를 피해 좌우로 번갈아 몸을 옮겨가며 뮤지컬을 감상해야 했다. 앞줄의 건장한 남자는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주인공 ‘나쉬탈라’역을 맡은 김보경은 유난히 목소리가 맑았고 앳됐다. 알고보니 지난해 국내에 초연한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역을 맡았던 인물. 극을 이끄는 김성녀의 연기, 나쉬탈라와 솔로몬(신성록 분)을 사이에 두고 가슴앓이를 하는 ‘신다’역의 배해선의 가창력이 돋보였다. 무대 앞 오케스트라 박스에서 지휘와 연주도 훌륭했다.

휴식시간을 이용해 잠시 극장 밖으로 나갔다. 양파는 아는 사람을 만났는지 이리저리 인사를 했다.

감상평을 서로 몇 마디 나누자니 젊은 여성팬들이 양파에게 사진촬영을 요구했다. 매니저도 없고, 내가 매니저 노릇을 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 할 수 없이 기자는 매니저가 돼야 했다. “인터넷에는 올리지 말아주세요”라고 매니저인 양 팬들에게 당부했다.

‘댄싱 섀도우’의 후반부는 전반부와 달리 스토리 전개가 빨랐고 음악도 더욱 장중해졌다. 나쉬탈라와 솔로몬은 결국 군인들이 지른 불에 신성한 숲과 함께 불에 타 숨을 거둔다.

‘다시 희망을 가지라’는 메시지와 함께 무대가 끝났고, 배우들은 3차례에 걸쳐 관객에 인사를 했다. 관객의 뜨거운 박수는 한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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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이야기를 나누다 수줍은 듯 미소를 보였다. ⓒ홍기원 기자
scene #3. 오페라극장을 나서며

“뮤지컬 해보고 싶단 생각 안들어?” “이미 해본걸요. 후후.”

양파는 ‘아디오’로 활동하던 1999년, 어린이 뮤지컬에 출연해 무대경험을 해봤다고 했다. 당시 양파는 3개월에 걸쳐 무용 연습과 발성연습을 배웠고, 뮤지컬을 끝낸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양파는 그간 꾸준히 뮤지컬계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고 했다. 2003년엔 ‘지킬 앤 하이드’에서 조승우 상대역인 ‘루시’ 역할제의도 왔지만 고민 끝에 거절했다. 올 초에도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출연제의가 왔고, 창작 뮤지컬까지 합하면 러브콜이 10여 편이 된다. 그러나 양파는 6년 만의 가수활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뜻에 뮤지컬 출연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양파가 하고 싶은 배역은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 역할이다. 1998년 영국 런던에서 ‘미스 사이공’을 관람한 후 킴에 매료됐고, 지금도 여전히 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뮤지컬 출연해도 되겠네?” “뮤지컬은 체력이 관건인 것 같아요. 전 체력이 좀 약해요. 어렸을 적부터 잔병도 많았어요.”

양파는 뮤지컬에서 깊은 인생공부를 했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들은 수년에 걸쳐 무용연습과 노래연습을 하고 부상도 입는 등 고생을 해왔지만 대부분 주연은 스타급 연예인들 차지. 하지만 이들은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자신이 맡은 배역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에 감동받아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한다.

“뮤지컬 하는 분들은 정말 예술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대단하다”며 양파는 뮤지컬 배우에 대한 존경과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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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벼르던 H맥주를 마시고 있다. ⓒ홍기원 기자
scene #4. 분위기 있는 바 - 시원한 맥주 한 잔

뮤지컬이 끝나고 예술의 전당을 나선 시간이 오후 10시. 어렵에 이뤄진 데이트인데 야심한 시각이 문제랴. 그냥 갈 수 없어 평소에 ‘한 잔 하자’던 말을 오늘 지키기로 했다. 기자와 양파는 늘 H맥주(쌉쌀한 맛 나는 벨기에産)를 하자고 말해온 터였다.

양파의 추천에 따라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의 한 바를 찾았다. 건물은 속이 비어있는 구조여서 시원한 빗소리가 들려왔다.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좋았지만 가든식이었던 까닭에 모기도 많았다. H맥주와 호박 고로케, 게살 튀김을 주문했다.

“남자와 데이트는 얼마만이지?” “몰라요, 기억 안나요.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본 지 오래된 것 같은데. 올해가 가기 전에 남자친구를 만들어야겠어요.”

양파는 데이트를 하면 꼭 해야 하는 행위가 있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거리를 손잡고 다니는 것과 영화를 보는 것. “그걸 못해본 지가 참…. 독립영화제 하는데 같이 갈 남자친구가 없네…. 하하.”

양파가 남자의 신체 중 가장 먼저 보는 곳은 팔뚝라인. 두꺼운 근육보다 팔의 고운 라인에 빠져든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영화 ‘터미네이터’을 보며 린다 해밀턴의 팔 라인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고, 중학교 땐 본 조비의 팔, 고등학교 땐 마돈나의 팔 라인을 좋아했다고.

양파는 술은 약한 편이지만 한 잔씩 마시는 맥주를 좋아했다. 주량은 맥주 3병이며 최고 기록은 맥주 6병. 양파는 “경제적이지 않냐”며 자랑이다.

맥주잔이 비워가면서 분위기도 무르익어갔다. 알코올은 사람을 편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서로 가슴에 있던 이야기도 하고, 애정관과 사랑을 대하는 남녀의 차이 등을 이야기하다보니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말았다. 데이트는 그렇게 이틀째를 맞은 것이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요. 바쁜 와중에 모처럼 여유를 즐겼고 오랜만에 기분전환을 한 것 같아요. 생산적인 데이트였어요.”

양파와 악수를 나누며 다시 한 번 ‘H맥주’를 마시자는 인사로 헤어졌다. 앳된 여고생 가수였던 양파는 ‘이틀간’ 데이트를 하는 동안 마음이 성숙한 여인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연애할 땐 애교 많고 일편단심형이라는 양파. 그녀는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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