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이요원 "예쁘게 울 수 없었다"

윤여수 기자 / 입력 : 2007.07.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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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원은 "추하게 울었다"며 영화 '화려한 휴가' 촬영의 힘겨웠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사진=최용민 기자


"공황상태가 이런 걸까요?"

여리고도 예뻐 보이는 얼굴에선 여전히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스크린 속에서 재연한 뒤였다.

자신이 태어나던 바로 그해 5월 남녁의 한 도시에서 벌어진, 상상하려야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내며 배우 이요원은 잔뜩 긴장했고 그 긴장은 마치 "공황상태"와도 같은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ㆍ제작 기획시대)의 여주인공으로, 아니 지난 몇 개월의 시간 동안 한 시대의 커다란 비극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이요원은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그 울음은 여느 때처럼 카메라 앞에서 감정 잡고 흘리는 그런 예사로운 눈물이 아니었다.

그 자신 "추하게 울었다. 내가 봐도 추했다"고 하지만, 김지훈 감독 역시 "예쁘게 울지 마라"고 주문했다지만, 그것은 되레 "그 만큼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는 말로 들려왔다.

"그런 상황에서 예쁘게 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진지하게 물어오는데, 이요원은 자신이 연기한 한 시대, 자신이 태어난 해 1980년의 5월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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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화려한 휴가' 속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어느새 또다른 희망으로 피어나는 이야기를 연기한 이요원. ⓒ사진=최용민 기자


'화려한 휴가'는 바로 그 5월의 잔인하도록 화창했던 봄날, 거리로 내던져져 무참한 폭력에 스러져갔던 수많은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려놓았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군부의 눈에 소시민들은 한낱 '폭도'였고 총탄으로 쓸어버려야 했던 존재들이었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자신들의 부모와 생떼 같은 자식과 친구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나섰을 뿐인데, 역사는 참혹하게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영화 '화려한 휴가'는 그런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얼마나 아름다운 인간애가 꽃피어났는지를 그려냈다.

그 인간애 속에는 남녀의 애틋한, 조금씩 피어오르다 이내 꺾여지고 만 사랑도 있었다.

이요원은 병원 간호사로 그 꺾인 사랑을, 왜 그래야만 했는지 "기억해달라"고 통곡한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여인을 홀로 남겨두고 그의 사랑(김상경)과 사람들은 떠나갔고 27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이요원의 연기를 통해 더욱 커져가는 안타까움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기억할 뿐이다.

"내가 알고 있었던 1980년 5월 광주는 대학생들의 데모가 많았던 시대, 독재? 사회가 어수선했다, 정도였을까요?"

촬영이 계속됐지만 이요원의 가슴에 5ㆍ18은 아직 뚜렷하게 와닿지 않았다.

영화는 완성됐다.

이요원은 몇 차례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뒤에야 "충격"을 받았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충격"과 "눈물"의 정체를, 그는 "가족의 이야기"라고 분석한다.

"나와 우리의 가족들. 그들의 이야기예요. 고통 속에서 가족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지난 11일 '화려한 휴가'의 VIP 시사회에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초청해 함께 관람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내 가족을 시사회에 초대했다"는 이요원에게 또 한 명의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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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는 "가족의 이야기".

사진=최용민 기자


이요원은 극중 예비역 군인인 아버지(안성기)를 전남도청 안에 남겨둔 채 계엄군의 최후 진압 직전에 도청을 빠져나온다. 다가올 시간의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서로 예고하면서 이별한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헤아리기 어려운 그 부녀지간의 깊은 슬픔을 연기하며 이요원은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의 아버지는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10대 시절을 보냈다.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아버지는 서울에 있었지만 그의 부모에게 여식의 영화는 그저 단순한 출연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터이다.

이처럼 '화려한 휴가'가 가족의 정서를 지닌,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도 그에게는 아버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또 한 편의 영화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부녀지간엔 참 미묘한 어떤 관계가 있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특히 10대들도."

그래서 '화려한 휴가'는 이요원에게 특별한 영화가 됐다.

100억원 규모의 커다란 "스케일" 속에서 어느 해 봄날의 "꿈이라면 좋"았을 이야기를 풀어낸 이요원에게 '화려한 휴가'는 그렇게 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영화가 됐다.

▼화려한 휴가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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