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까발리는 한국TV, 미국 뺨친다

TV에서 스타의 첫경험 나이까지 밝혀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04.04 11:53 / 조회 : 2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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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와 Mnet '추적! X-보이프렌드'


우리나라 TV방송의 ‘사생활 까발리기’가 미국 상업방송을 따라잡고 있다. 예전같으면 TV에서 절대 못볼 장면과 대화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지상파TV에서 ‘까발리기 토크’를 가장 먼저 들고나온 것은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코너다. 매주 게스트를 1명씩 초대, 솔직하고 거침없이 ‘사생활’을 폭로하고 있다.

신혼인 주영훈에게 결혼전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과거 삼각관계의 당사자인 영화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주욱 읊는 것 쯤은 약과다. 가수 이승환이 나오면 이혼, 신해철에게는 대마초를 들먹이는 식이다.

조심스럽게 피해가던 ‘성역’같은 민감한 사생활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들춰지는 순간이다.

지상파TV보다 표현 수위가 한결 자유로운 케이블TV는 이런 식의 사생활 폭로에 더욱 열성적이다. 지난해 말 개국한 신생 케이블채널 tvN ‘옥주현의 나쁜여자’는 토크에 참여한 남녀 연예인들이 ‘첫경험’, 즉 성경험 나이를 밝혀 충격을 던졌다.


탤런트 이의정과 붐은 20세때, 홍록기는 22세때라고 공개했다. 미국에서도 퇴폐적이라 손꼽히는 라디오 토크쇼 ‘하워드스턴쇼’에서나 가능함직한 소재다.

돌림병처럼 번진 방송의 사생활 폭로는 지난해 첫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 차트쇼 ‘재용이의 순결한 19’가 사실상 포문을 열었다. 스타의 이성관계부터 성형전후, 다이어트전후, 패션이나 헤어 스타일 변화까지 꼼꼼히 다루는 할리우드 셀레브러티 프로그램의 컨셉트를 차용, 연예인 관련 가십과 사생활을 과감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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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옥주현의 나쁜여자'와 Mnet '재용이의 순결한 19'


사생활 들추기는 연예인에 국한하지도 않는다. Mnet의 ‘추적! X-보이프렌드’는 헤어진 연인을 찾아 달라는 일반 시청자의 신청을 받아 옛 애인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연인 사이로 돌아가도록 도와준다며 피의뢰인의 사생활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몰래카메라로 담고 있다.

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은 배우자나 애인의 불륜을 의심하는 시청자의 부탁을 받고 현장을 급습하는 미국의 리얼리티쇼 ‘치터스’를 흉내냈다. ‘치터스’와 달리 사연만 실제이고, 재연배우를 기용해 실제처럼 쇼를 한다는 점은 다르다. 그러나 일종의 치정극을 펼쳐보이며 관음심리를 부추긴다.

‘라이크어버진’의 ‘M2F’코너는 일찌감치 국내 방송 최초로 트랜스젠더의 성전환 프로젝트를 방송, ‘제3의 성’으로 불리는 트랜스젠더들의 성전환 수술과 유방확대수술을 받는 과정을 보여주며 호기심과 금기 사이에서 줄을 탔다.

이른바 고발 솔루션 프로그램들도 점점 더 자극적으로 치닫고 있다. SBS ‘긴급출동 SOS24’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폭력과 방임으로 학대받는 남녀들의 실태를 노골적으로 비춰주면서 거의 매회 논란과 시비에 휩싸이고 있다.

영국의 ‘슈퍼내니’와 미국의 ‘내니911’을 모방, 어린 자녀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주는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도 적절한 육아법과 교육 개선책보다는 센세이셔널한 현장 담기에 급급, 시청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지적에 휘말린 상태다.

미국은 사생활을 중계방송하는 지경이다. 일부 할리우드 스타는 이같은 엿보기 심리를 역이용, 돈벌이에 나서기도 한다.

이혼한 톱스타 커플 제시카 심슨와 닉 라섀이가 리얼리티쇼 ‘스타의 신혼’ 시리즈를 통해 자신들의 신혼생활을 공개했다. 힐튼호텔 상속녀 패리스 힐튼은 ‘심플 라이프’ 시리즈를 통해 보일 것을 다 보여줬다.

결국 우리나라 스타들도 할리우드라는 '선진'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관행을 좇는 셈이다. 자신의 집안과 침실을 카메라 앞에 내놓는 수준 갖고는 모자란다는 점을 자각했을 수도 있다. 자극은 더 큰 자극을 부르게 마련이다. 사생활 공개 수위가 어느 선까지 줄달음칠지, 시청자들은 즐기면서도 불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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