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봤더라?"..'데자뷔' 드라마 봇물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6.12.0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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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마이러브'와 MBC '환상의 커플'


어디에서인가 본 듯한 상황이다.

TV드라마에서 묘한 데자뷔, 즉 기시감(旣視感)을 맛보는 시청자가 많다. 케이블TV를 통해 숱하게 접해온 미국 드라마와 할리우드 영화 때문이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플롯의 유사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SBS ‘마이러브’는 아이가 넷 딸린 과부 미란(신애라)과 바람둥이지만 조건 만큼은 1등 신랑감 인 이환(이창훈)의 사랑을 그렸다. 그러나 이들이 넘어야 할 사랑의 장애물은 이환 어머니의 반대 뿐만이 아니다. 미란 남편 재우(정욱)의 죽음에 이환이 연관돼 있다. 일종의 복선과도 같은 갈등 요소다.

5년 전 남해안 리조트에서 요트를 타던 이환은 패러글라이더가 바다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봤다. 그 남자가 바로 재우였다. 이환은 죄책감을 미란을 향한 애정으로 돌린다. 하지만 미란은 이환이 남편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2000년 할리우드 영화 ‘바운스’가 연상되는 설정이다. 벤 애플릭이 광고회사 대표인 바람둥이 버디, 귀네스 팰트로가 비행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두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젊은 미망인 어비로 나온다. 버디는 공항에서 만난 미미와의 하룻밤을 위해 어비의 남편 그렉에게 비행기표를 양보했고, 그 비행기가 추락해 그렉은 숨졌다. 찜찜함을 떨치지 못한 버디는 어비를 찾아가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내년 1월 5일 첫 방송하는 SBS ‘소금인형’은 1993년 작 ‘은밀한 유혹’과 닮은꼴이다. 남편을 위해 혼외정사를 자청하는 주부 소영(황수정)은 곧 영화의 데미 무어다. 사업이 부도난 남편 연우(김영호)의 수술비를 마련코자 10년전 자신이 외면한 재벌2세 지석(김유석)과 동침한다.

‘은밀한 유혹’에서 무어는 빚을 갚지 못한 남편과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으로 간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카지노에서 큰 돈을 잃는다. 이때 억만장자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타난다. 그리고 하룻밤에 100만달러를 제시하며 무어를 유혹한다.

이렇게 돈에 팔린 주부는 두 작품 모두에서 부부갈등의 씨앗이 된다.

역시 내년 1월 방송을 앞두고 있는 SBS ‘사랑에 미치다’의 절박한 사랑도 2002년 작 ‘몬스터볼’의 사랑 방식과 유사하다.

‘사랑에 미치다’는 결혼식을 앞두고 약혼자를 잃은 극중 이미연이 자신의 약혼자를 교통사고로 죽인 남자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다.

‘몬스터볼’은 남편의 사형집행관 행크(빌리 보브 소턴)와 절망적 사랑을 나누는 흑인 미망인 레티샤(할리 베리)의 이야기다.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뒤 벼랑 끝에서 우연히 만난 행크를 사랑 하게 된 레티샤는 행크가 남편을 사형시킨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이미 행크를 향한 사랑은 깊어져 있다.

이미연 또한 새 사랑의 정체가 약혼남을 죽인 사람이라는 기막힌 진실 앞에 고통받는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몸부림 치는 여배우의 명연기가 필수다.

사례는 더 있다. SBS ‘게임의 여왕’은 ‘죽음 전의 키스’나 TV시리즈물 '에덴으로 돌아오다' 등 1980년대 멜로 복수극의 냄새를 풍긴다. 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도 ‘마음의 여로’, ‘러브 어페어’, ‘병속에 담긴 편지’ 등을 연상시킨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얼핏 표절이라고 비난부터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모티프 차용과 표절은 다른 개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꾸준히 변주돼온 기본 스토리라 익숙할 뿐 창작되는 부분도 엄연히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결혼 반대, 불치병 등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들을 주로 끼워넣을 뿐이다.

아예 리메이크임을 밝히고 시작한 드라마도 한국식으로 재포장된다. 지난 3일 끝난 MBC ‘환상의 커플’은 동명 할리우드 영화(원제 ‘오버보드’)가 원본이다. 부유하지만 성격이 까탈스러운 여자가 기억상실증을 겪으며 개과천선한다는 틀은 같다. 하지만 '꼬라지 하고는~' 등의 대사와 자장면, 막걸리가 원작에 있었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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