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시선', 인권영화가 아니라 '영화'로 즐기시라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6.11.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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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시선'은 '여섯개의 시선', '다섯개의 시선'에 이어 국가기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하고 제작비를 댄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세번째 성과물이다.

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그러나 이 영화가 가진 의미의 절반만을 겨우 설명할 수 있다. '인권에 대한 관심 증대'와 '인권 감수성 향상'을 목표로 삼았다는 이유 때문에 이 독특한 기획에 강압적으로 인권 향상을 부르짖는 억지나 어딘지 획일적이고 공무원스러운(?) 분위기가 담겼을 거라 지레 겁먹지 않기를.


영화 제작진의 애타는 호소대로 '세번째 시선'은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영화'다. 여전히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인권'이란 주제를 6명의 영화감독들이 입맛따라 그려낸 창작물이다. 6편의 단편은 주제와 함께 대중적인 재미와 완성도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낯선 얼굴 간간이 등장하는 김태우 정진영 전혜진 등 스타배우를 발견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 2004년 '여섯개의 시선'과 2005년 '다섯개의 시선'에 이어 3년째에 접어든 인권영화 프로젝트의 튼튼한 내공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감독들의 면면은 이번 프로젝트가 기획부터 대중영화와 작은영화, 신예와 중견 등의 색채가 다채롭게 어우러지길 노렸음을 짐작하게 한다.

500만 관객을 모은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과 독립영화계의 스타 '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석 감독은 먼저 눈에 띄는 이름. 독특한 감성을 드러낸 '버스, 정류장'의 이미연 감독, 한국의 켄 로치로 불리는 '선택'의 홍기선 감독이 참여했고, 영상원 졸업작 '월더풀 데이'로 주목받은 김현필 감독과 실험영화 및 정치적 색채 강한 영화에 주목해온 김곡·김선 감독이 합세했다.


소재 역시 외국인 노동자, 소년소녀 가장, 인종, 전업주부, 동성애, 비정규노동자 등 한층 다양해졌다.

첫번째 정윤철 감독의 '잠수왕 무하마드'는 유해환경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밀을 그린다. 김현필 감독의 '소녀가 사라졌다'는 소녀가장이란 딱지를 달고 사는 여고생의 아슬아슬한 첫사랑과 답답함을 뜻밖의 반전으로 풀어냈다. 노동석 감독의 '험난한 인생'은 초등학생의 철부지 로맨스와 인종문제를 엮은 작품.

이미연 감독은 '당신과 나 사이'에서 어머니와 아내라는 역할에 묶인 여성의 답답함을 부부싸움을 통해 조명했다. 'BomBomBomb'의 김곡·김선 감독은 동성애자로 낙인이 찍히면 왕따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남고생의 이야기를 그렸고, 홍기선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지막 이야기 '나 어떡해'를 통해 호소할 데 없는 비정규노동자의 억울함을 그려냈다.

각자 매력이 충분한 작품이지만 그중에서도 사실적인 묘사와 어우러진 꿈결같은 판타지가 매력적인 '잠수왕 무하마드'와 독특한 유머와 어린 배우들의 호연에 웃음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뜨끔한 영화 '험난한 인생'이 돋보인다. 기혼자 관객이라면 '당신과 나 사이'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터.

흔히 비유하듯,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공기에 인권을 대입해보면 어떨까. 인권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일 뿐 '인권'이라는 말의 무게에 눌릴 필요는 없다. 개성만점의 인권영화 '세번째 시선'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 아닐런지. 12세관람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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