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송혜교의 '황진이', 신경 안써"

[단독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6.10.18 10:51 / 조회 : 19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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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황진이'의 타이틀롤 하지원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양수리 야외 세트장을 찾은 지난 17일. 하늘은 마치 황사가 낀 듯 온통 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불연듯 지난 11일 첫 방영에서 시청률 20%를 넘으면서 안방극장에 불어닥친 '황사열풍'(황진이 사랑 열풍)이 떠올랐다.

구비구비 오솔길을 돌아 방문한 세트장은 여전히 건축이 진행중이었다. 그 속에서 곱디 고운 한복을 입고 쪽머리를 한 하지원이 열여섯살 황진이를 연기하고 있었다. 그는 "3일째 2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며 2년8개월만의 드라마 촬영을 낯설어 했지만 "몸은 지옥에 있지만 마음은 천국에 있는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로확장공사 소음 때문에 촬영이 중간되기를 여러 번, 하지만 하지원과 '황진이' 제작진은 싱글벙글이었다. 첫회 시청률이 20%를 넘으면 "삼겹살을 쏘겠다"며 공언한 김철규 PD는 사비를 톡톡 털어 그 약속을 지켰고, 세트장 한켠에는 마침 이날 하지원과 같은 소속사 연기자 최수종이 보낸 통닭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튀겨지고 있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2년 8개월만에 드라마 촬영이다.

▶이제 좀 적응이 된다. 하루에 2시간 정도밖에 못자니깐 눈 위에 돌을 올려놓은 것 같다. 하지만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촬영이 무척 신난다. 현장 분위기도 어떤 때보다 좋은 것 같다.

-정말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농담으로 김철규 감독님에게 우리는 액션 드라마라고 했다. 외줄타기 장면을 찍는데 한복 맵시가 안난다고 대역도 쓰지 말라고 하더라. 그렇게 고된 촬영이 계속 되지만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다른 현대물도 제의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하필 '황진이'를 택했나.

▶영화 '바보'를 할 때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다. 앞에 '황진이'라고 써있는데 받자마자 하고 싶었다. 읽어보니 내가 질투를 느낄 만큼 멋진 여자였다. 여자 배우로서 꼭 해보고 싶었다.

-황진이는 실존 인물이라 연기하기에 부담도 될텐데.

▶사실 정말 부담이 된다. 아무래도 실존 인물이다보니 정말 황진이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늘 생각하게 된다. 현재 9부까지 대본이 나왔는데 그 뒤의 이야기까지 계산하면서 연기를 한다. 감독님과 상의를 하면서 계속 모니터한다.

-영화로 제작되는 '황진이'의 주인공을 송혜교가 맡았다. 아무래도 두 사람을 비교하게 된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왜냐면 난 '다모'를 드라마와 영화 둘 다 해봤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는 완전히 별개의 작품이었다. 드라마 '황진이'와 영화 '황진이'는 전혀 다른 작품이기 때문에 비교를 한다고 해도 별 생각이 없다.

-고현정의 '여우야 뭐하니', 에릭의 '무적의 낙하산요원'과 맞붙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했다.

▶난 이 작품에 모든 걸 비웠다. 시청률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진정성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청률까지 잘 나오자 기쁨이 두 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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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회가 방영된 뒤 극중 어머니가 죽고 아역들이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대장금'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대장금'이 방영될 때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어서 그 작품을 보지 못했다. '대장금'처럼 잘되면 물론 기쁠 일이다. 벌써부터 일본에서는 반응이 오고 있다. 일본 취재진이 얼마 전 현장에 왔는데 게이샤 문화가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남다른 관심을 보이더라.

-드라마 '다모' 때문에 액션을 배우고, 영화 '바보'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고, 영화 '일번가의 기적' 때문에 권투를 배웠다. 이번에도 전통무와 거문고 등을 배웠는데 일부러 그런 작품을 찾나.

▶누구는 나보고 너는 일부러 힘든 것만 골라고 하냐고 그런다. 하지만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남들이 안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내가 해서 그 분야를 확 부셔버린다고 할까.

-'황진이' 촬영장에 늘 캐나다 출신 영어 선생님이 동행하고 있다. 이번에 참석하는 하와이 영화제에는 '슈퍼맨' 제작자와도 만난다. 할리우드 진출에 관심이 있나.

▶배우로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형사'로 도빌 영화제에 갔을 때 수많은 해외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자 그런 마음이 불쑥 들었다. 하지만 지금 영어를 배우는 것은 해외 진출을 위해 하는 건 아니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몇 마디밖에 할 수 없는 게 무척 아쉬웠다. 아마도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좀처럼 공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함께 다니며 영어로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요즘은 '황진이'에 대해 영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람들에게 기예를 선보이는 기생과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연예인이 어찌보면 공통점이 있다.

▶'황진이'에 무척 인상 깊은 대사가 있다. '기녀에게 가장 중요한 벗이 무엇인 줄 아느냐'고 누군가 나에게 묻자 '술입니까'라고 대답한다. '아니다'라고 하자 '기예입니까'라고 한다. '아니다'라고 하자 '사랑입니까'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아니라며 '기녀에게 가장 중요한 벗은 고통'이라고 말해준다.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랑도 감춰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고. 또 기생이 끊임없이 노력해 변해야 최고 기생이 되는 것처럼 연예인 역시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한다. 그 때문인지 황진이가 내게 훨씬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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