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드라마어워즈', 풀어야 할 숙제만 산더미

이규창 기자 / 입력 : 2006.08.30 12:57 / 조회 :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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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드라마어워즈'(SDA 2006)가 기대와 관심 속에 29일 성대하게 막을 올렸지만, 풀어야 할 숙제만 산더미처럼 남긴 채 끝이 났다.


29개국에서 105편의 드라마를 대상으로 심사해 장편극, 미니시리즈, 단편극 분야에서 총 16새 부문을 시상하는 이 시상식은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하고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개 방송사가 참여해 국내에서는 나름대로 명분과 구색을 갖췄다.

그러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국제대회로서는 미비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행사 진행에서 빚어진 여러 잡음과 심사기준, 그리고 대회의 모호한 정체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 아시아권 작품이 대부분.. 차라리 '특화' 노려라

마감시기를 연장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접수 받은 출품작은 총 105편, 이중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작품이 70편으로 전체 3분의 2에 해당한다. 오세아니아 2편(뉴질랜드, 호주), 아메리카 5편(미국, 캐나다)을 제외한 나머지 28편은 유럽에서 건너왔다.


이중 '내 이름은 김삼순'이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장편극 우수상(해신), 촬영상(김승환), 미술상(민언옥), 특별상(새야 새야) 등 5개 부문을 한국이 독식했고 일본이 4개 부문, 중국이 3개 부문 등 '한중일' 3개국이 전체 17개 수상작 중 12개를 휩쓸었다.

나머지는 네덜란드(단편 우수상), 캐나다(남자 연기상), 스페인(작가상), 인도네시아(특별상), 이스라엘(특별상) 등 5개국이 상을 1개씩 나눠 가졌다. 시상식에 참가자 역시 비아시아권의 경우 수상작 관련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비아시아권 작품의 참여가 저조하고 입상권에 오를 만한 작품수가 적다면, 차라리 아시아에 특화한 드라마 시상식으로 정체성을 수정하는 것도 검토할만 하다. 특히 본선에 오른 미국 드라마가 단 두 편 밖에 없다는 것은 국내 일반 시청자들의 정서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 주최국 싹쓸이에 '위기의 주부들' 탈락.. 심사기준 명확히 해야

홍보자료를 통해 "세계 드라마의 우위를 가린다"고 밝힌 서울드라마어워즈의 심사 과정과 기준은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석호 PD가 최근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심사기준은 '완성도'와 '서정성' 정도다.

심사위원단은 윤석호 PD를 비롯해 일본 NHK, 중국 CCTV의 고위 간부와 이스라엘 출신의 방송협회 임원 등 4인으로 구성됐다.

출품규정에는 미니시리즈와 장편극은 에피소드 중 구성이 가장 잘 된 1편을 선택해 영문 자막을 포함해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일정을 보면 4명의 심사위원이 보름간 105편의 드라마를 영문 자막으로 보며 심사를 진행했다는 얘기다.

심사위원 출신국의 수상작이 많다는 점도 껄끄럽지만 전세계적으로 드라마와 시트콤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의 작품이 '위기의 주부들' '허프' 등 두 편 밖에 없고 이나마 수상작에는 끼지 못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제 메이저 대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메이저 드라마들의 참가가 필수다.

△ 배우없는 행사.. '에미' 아닌 '휴스턴' 지향하나

'한국의 에미상'을 표방하기에 서울드라마어워즈는 부족한 면이 많다. 1회 대회라는 점을 감안해도 국내 드라마 주연 배우들의 참여가 저조했고, 스타들이 주인공이 되는 '에미상'과 달리 제작 부분에 중점을 둬 오히려 '휴스턴 국제필름페스티벌'으로 방향을 잡은 듯 싶다.

이를 위해서는 좀더 전문화되고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것이 필수다. 분야는 다르지만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를 대상으로 '가장 아시아적인 영화'와 '발전가능성 높은 감독'을 찾는 것으로 심사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주요 부문에서 수상한 '해신'과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연배우 최수종과 김선아가 메인 게스트로 시상식에 참석하고 류시원이 MC로 참여했지만, '배우들이 없는' 시상식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게다가 배우 부문 상이 단 2개 밖에 없다는 점도 스타들이 없는 시상식으로 한계를 지운다.

△ 행사진행 미숙.. '국제 행사' 수준 갖춰라

무엇보다 'SDA 2006'의 문제점은 국제 행사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진행이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하면 해외 게스트의 초청은 수상작을 중심으로 한 구색 맞추기에 그쳤으며, 일반 방청객과 게스트를 위한 객석 구분도 명확치 않아 행사 직전까지 객석이 소란스러웠다.

초대 가수인 세븐의 공연 중에는 음악이 도중에 끊기는 방송 사고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라이브 무대에 익숙한 세븐의 능숙한 대처로 적당히 무마됐다.

또한 방송에서만 동시통역 서비스를 했을 뿐 현장에서는 통역을 해주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수상소감을 말하는 중에도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등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류시원 등 MC들도 해외 게스트들과의 의사소통에 제약을 받았고, 수시로 어색하고 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를 해외에 알리거나 드라마의 국제 교류라는 취지보다 국내용 행사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며 "시상식 심볼로 사용한 삼족오의 문양도 '주몽'이나 '연개소문'을 연상시켜 괜한 오해를 사게 한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한국의 메이저 지상파 방송 3사가 협력해 만드는 시상식인 만큼 서울드라마어워즈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과 기대는 여전히 크다. 2회 시상식에서는 1회의 실수를 보완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국제 행사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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