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트 가드너', 멜로 수혈로 애잔해진 음모영화

정상흔 기자 / 입력 : 2006.03.3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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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변화의 태동은 알고 보면 인간의 작은 열정과 관심이 주 진원지. 여대생 테사(레이첼 와이즈 분)의 끓어오르는 열정은 동창들을 하나둘씩 교실에서 떠나게 하지만 강의 나온 영국 외교관 저스틴(랄프 파인즈 분)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사람은 이내 첫 눈에 반해 몸을 포개고, 저스틴의 부임지인 케냐 주재 영국 대사관으로 함께 가기 위해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이 아프리카 배경 러브 로망 ‘콘스탄트 가드너’(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초입은 싸늘하다. 이 정열적인 여인 테사가 여행길에 주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 대사관측은 강도사건으로 덮으려고 하지만 저스틴은 살을 맞댄 남편의 직감으로 뭔가 석연치 않다.

그리고 아내의 이메일과 컴퓨터 파일 등을 통해 뒤지다가 제약 대기업의 치가 떨리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테사와 대비되던 온화한 성품의 저스틴의 성격 변화는 이제부터다. 그는 자신의 존재마저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집요할 정도로 이 사건에 달라붙어 하나둘씩 베일을 벗겨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두드러진 특장은 멜로와 음모라는 판이한 장르가 하나로 포개져 상생한다는 점. 자칫 긴장감과 박진감 위주로 치우치기 쉬운 음모영화의 결이 멜로의 수혈을 받아 보다 섬세하고 애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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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권력의 핵 대자본과 정부의 결탁 고리는 아주 공고해 이에 맞서는 유약한 외교관은 게임 자체가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저스틴은 아내를 향한 극진한 애정을 머금고 기꺼이 부딪혀 나간다. 직업에 충실하고 화초 가꾸기에 여념이 없었던 한 온순한 남자가 활화산같이 정열적이던 아내를 잃으면서 변하는 과정이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 환한 톤의 과거와 암울한 톤의 현재, 황톳빛의 아프리카 야생과 회색빛 영국 런던, 아내와 나눴던 복된 시간과 음모를 향한 냉철한 접근 등의 다채롭고 쉼없는 교차 편집 또한 이 영화를 한결 풍성하고 입체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자신과 직접 관련없는 케냐인의 피해에 흥분해 목숨 건 모험을 시도하는 테사 그리고 아내의 불륜이라는 오해에 시달리면서도 끝까지 그녀를 믿어준 저스틴 둘다 사랑이 풍부한 인물이라는 점은 대단한 매혹 포인트.

극중 빈곤의 땅 아프리카가 보다 광활하고 생명력 넘치는 대자연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들의 이러한 아낌없는 사랑이 살아 숨쉬고 있어서인 것 같다. 게다가 ‘테사가 내 고향’이라는 저스틴의 되뇌임은 한동안 영화 속 제일 부러운 사랑으로 간직될 듯싶다. 4월20일 개봉. 15세 관람가(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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