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베이, 현실과 몽환 오가는 '감성 록밴드'

1집 'Radio killed the video star'로 데뷔

김원겸 기자 / 입력 : 2005.12.14 11:12 / 조회 : 3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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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록밴드 필베이(Feelbay)의 음악은 추운 겨울날, 창(窓)으로 따뜻하게 스미는 햇살과 같은 것이다. 밖은 맹렬한 추위가 이글거리지만 창은 따사로운 햇살만을 안으로 비춘다.


홍대에서 본격 음악을 시작한 필베이는 언더그라운드의 야성이 넘치지만 6년간의 숙성기간을 거치면서 농익을 감성을 갖추며 대중에게 어필한다. 가사는 현실적이지만 목소리는 몽화적이며, 노래 내용도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오간다. 2년여 동안 녹음은 물론,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소리를 덧씌우기보다는 ‘날것’의 생경함을 위해 과장된 사운드를 없앴다.

보컬 김진우의 목소리는 서태지가 발굴한 록밴드 넬을 연상케 한다. 때론 여자이고 때론 남자인 중성적인 목소리는 슬픔과 기쁨 사이를 넘나들며 듣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숨겨진 감성을 끄집어내 ‘몽환’을 경험하게 해준다.

필베이는 2000년 어려서부터 함께 놀던 ‘동네친구들’이 모여 결성된 팀이다. 베이스를 치는 리더 박성진이 친구들에게 같은 날 입대하자고 ‘강요’했고, 결국 이들은 동시입대, 동시제대해 필베이를 결성했다.

팀 이름 필베이는 ‘느낌’이라는 뜻의 Feel과 만(灣) 혹은 3면이 산으로 둘린 초원 등 장소를 뜻하는 bay의 합성어로 ‘느낌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는 필베이의 여러 가지 색깔을 다 흡수하는 파스텔톤의 감성적인 느낌을 강조한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필베이는 록밴드로서 밴드사운드에 치중하면서도 전자악기의 자극적인 소리를 줄이고, 나무향기 뿜어내는 어쿠스틱 악기를 많이 사용해 음악의 따뜻한 질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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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달려라 흰둥이’에서 보여준 이들의 감성은 가볍거나 우울한 밴드들의 획일성을 부정하고 있다. 경쾌한 셔플리듬과 록앤롤 사운드 위로 유기견(버려진 개)이라는 ‘신선한’ 화두를 꺼냈다. ‘난’과 ‘Love to be’에서 보여준 짝사랑의 조각들, ‘Siam’과 ‘섬! 도시를 삼키다’에서 보여준 비주류 삶의 이야기, ‘E.T’, ‘Waterpoolia’에서 보여주는 몽환적 상상력은 이들의 강한 음악적 욕심을 보여줌과 동시에 소외된 현실 구석구석을 파헤친다.

3번 트랙 ‘별을 쏘다’에서는 대부분의 노래를 작사한 보컬 김진우의 여성스런 목소리가 가장 잘 묻어나고 밴드적인 요소가 잘 표현됐다.

데뷔앨범 이름 ‘Radio killed the video star’는 록 그룹 버글스(The Buggles)가 1979년 발표한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역설로, 버글스는 라디오가 팝스타를 만드는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탄했지만, 필베이는 비주얼 시대에서 노래로 인정받는 진정한 뮤지션이 되겠다는, 순진하지만 음악인으로서 당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진=최용민 기자 leeb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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