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 "나는 70점짜리 영화감독"

'도쿄 데카당스' 기자간담회서 밝혀

정상흔 기자 / 입력 : 2005.11.1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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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겸 영화감독 무라카미 류가 자신은 70점짜리 감독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도쿄 데카당스' 홍보차 3박4일 일정으로 17일 내한한 무라카미 류 감독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영화 ‘도쿄 데카당스’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현재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 연출 계획도 없다. 굳이 수치화시키면 영화감독으로서는 70점”이라고 말했다.


무라카미 류 감독의 ‘도쿄 데카당스’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 때문에 지난해 두 번의 수입추천 심의, 올해 네 번의 등급 심의 등 총 여섯 번의 심의를 거쳐 지난 9월 18세 관람가를 얻어내 내달 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무라카미 류 감독의 소설 '토파즈'를 영화화한 ‘도쿄 데카당스’는 20대 콜걸을 통해 현대인의 뒤틀린 성적 욕망을 조명한 작품이다. 다음은 무라카미 류 감독과의 일문일답.

-‘도쿄 데카당스’ 국내 개봉 소감은?

▶‘도쿄 데카당스’는 일본 내 개봉도 힘들었다. 상영극장 잡기도 어려웠고 개봉이 결정돼도 극장 주변 반발이 심했다. 한국 개봉은 상상도 못해서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 영화 포스터를 보니까 실감이 난다.


-‘도쿄 데카당스’ 국내 심의과정 및 일부 삭제 상영에 대해 불만은 없나?

▶심의 등을 통해 정부가 작품에 간섭하는 것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나름의 제도가 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일부 삭제 상영됐다. 심지어 어느 나라에서는 20분가량 삭제됐다. 그런데 일일이 이런 점을 신경 쓰면 감독이 피곤하다. 하지만 수입사의 고충을 알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보다는 개봉에 의미를 두고 싶다.

-작품 제작 의미는?

▶‘도쿄 데카당스’ 이전에 영화 세 편을 제작했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주변의 평가도 좋지 못했다. 물론 내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일본 메이저 영화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내가 원하는 시스템 속에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도쿄 데카당스’ 제작 당시 나는 38~39세였고 영화 스태프 평균연령이 20대였다. 평균 10명의 스태프가 영화를 제작했다.

기존 시스템과 다른 전혀 새로운 시스템에서 제작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대규모 세트와 로케이션 촬영을 못하고 대부분 실내에서 촬영했다.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됐을 때의 느낌은?

▶다른 사람에게 작품 각색을 맡길 때는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너무 기대하면 슬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69’의 경우 시나리오 작가도 젊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최근 내 작품이 영화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소설가로 국내에 더 알려져 있다.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100이면 영화감독으로서의 점수는?

▶지금 현재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 계획도 없다. 한국처럼 일본 영화계에서도 우수한 젊은 인력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쿠바음악과 댄스를 소재로 하는 경우에는 직접 영화화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내가 비교적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재능을 굳이 수치화시키면 영화감독으로서는 70점이다.

-극중 불꽃놀이 장면의 의미는? 또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극중 불꽃놀이, 야구장면은 의도보다는 저예산과 관계된다. 한국영화는 소설가 입장보다 영화감독 입장에서 본다. 요즘 한국영화의 예술적 수준이 높아 즐겨보고 있다. 한국영화는 배우연기나 연출력 면에서 차분히 절제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장면은? 또 리메이크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나는 소설이든 영화든 어떤 부분을 특별히 주목해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보는 법, 읽는 법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다.

작품으로서의 아쉬운 점은 있지만 리메이크하고 싶지 않다. 아쉬운 부분은 비밀에 부치겠다.

-주연 여배우의 연기가 눈에 띈다.

▶주인공 아이 역의 니카이도 미호는 이 영화에서 연기를 처음했다. 댄서 출신이다. 달리 말해 좋지 못한 습관이 배어 있지 않았고 날카로운 감수성을 갖고 있었다. 이후 미국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가 그와 결혼했다고 얘기를 들었다.

<사진='도쿄 데카당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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