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년 샤오핑’, 삶의 희망으로서 영화

정상흔 기자 / 입력 : 2005.11.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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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때로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다. ‘영화소년 샤오핑’(감독 지앙 샤오)의 주인공은 극장에 가기 위해 생수를 나르며 돈을 버는 마오 다빙(시아 유 분). 부모에게 버림받고 돈도, 빽도 없는 그는 하지만 ‘영화감상’이라는 생의 목적이 있어서 웃음이 그칠 새 없다. 그는 3~4일치 수입을 기꺼이 영화 한 편에 털어 넣는 시네마 마니아.

어느날 길에 깔린 벽돌에 자전거가 걸려 넘어지는 사건을 계기로 마오 다빙은 거짓말 같이 시네마 키드 시절의 과거여행의 키를 쥐게 된다. 한 낯선 여성이 집어든 벽돌로 머리를 맞고서 말이다. 마오 다빙은 치료비 대신 과거에 얽힌 비밀을 풀게 된 셈.


영화는 액자식으로 짜였다. 친구 링링의 모친 쉬에화(지앙 이홍 분)의 좌절된 배우 꿈부터 시작해 밤마다 사람들을 집합시켜 숨죽이게 만들었던 야외극장에 얽힌 기억들을 영화는 흡입력있게 훑으며 1970년대 중국을 돌아본다.

마오다빙은 개구쟁이 소년 샤오핑 시절로 돌아가 ‘아빠는 일본군’ ‘나는 해방군’이라고 되뇌며 부친의 체벌을 참던 당시를 회고한다. 새엄마와 새로 가정을 꾸린 부친의 무서운 얼굴도 자신을 따뜻이 품어준 링링의 가족과 영화가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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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에화가 생계를 잇기 위해 세탁한 병원 시트처럼 새하얀 스크린 앞 두 시간은 남루한 현실 속에 휴식을 선사했으며 어둠을 가르는 영사기에는 환상 같은 꿈이 투영됐다.

‘영화소년 샤오핑’은 또 중국의 유명 작품들을 액자 속 액자 형식으로 효과적으로 끼워넣어 색다른 묘미를 꾀하기도 했다. 중국 유명 여배우 저우 쉬엔 주연의 ‘길거리의 천사’ 등 4편의 중국 영화 구경은 또 하나의 덤.

샤오핑이 링링과 함께 ‘철도 유격대’의 장면을 따라하며 즐거워하는 등 ‘영화소년 샤오핑’은 중국영화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역대 중국영화를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자살을 결심했던 쉬에화가 영화 ‘불굴의 승리’를 보고 삶의 의지를 다지는 등 이 작품은 암울한 일상에 견인차 구실을 한 ‘희망’으로서의 영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72년생 여성감독 지앙 샤오의 데뷔작.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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