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회장 1개관 통째로 빌려본 영화 '세컨핸드 라이온스'

이정배 기자, 이규창 기자 / 입력 : 2005.05.23 15:42
  • 글자크기조절
image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영화팬들이 가장 많은 일요일에 롯데시네마가 운영중인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영화를 봐 화제다.

신 회장은 22일(일요일) 서울 명동 소재의 롯데시네마 애비뉴엘관(명품관)의 제 5관을 빌려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오후 2시 10분 상영된 외화 '세컨핸드 라이온스'를 통째로 임대한 것이다. 이는 22일 오후에 있은 애비뉴엘관 영화이벤트 행사를 진행한 롯데시네마 관계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영화를 관람한 애비뉴엘관은 그동안 지방에서 상영관을 확대해왔던 롯데시네마가 지난 3월 최초로 서울에 입성해 오픈한 상영관이다.

신 회장이 본 영화인 '세컨핸드 라이온스'(Secondhand Lions 중고 사자)는 1960년대 텍사스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성장드라마다. 무책임한 엄마에 의해 한 아이가 아버지의 두 늙은 삼촌이 사는 농장에 맡겨진 후 한적한 시골에서 삼촌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뤘다. 미국판 '집으로'라고 할만한 휴먼 코미디물이다.

팀 매캔리스 감독의 작품으로 '식스센스' 에서 인상적인 아역연기를 펼친 할리 조엘 오스먼트와 연기파 원로배우 마이클 케인, 로버트 듀발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제목 ‘중고 사자’는 삼촌들이 사냥의 손맛을 느끼기 위해 동물원에서 폭삭 늙어버린 사자 한 마리를 사들여 애완용(?)으로 키우는데서 유래했다.

신 회장이 상영관을 직접 방문해 영화를 관람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린아이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삶의 활력소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사업적으로는 올해 투자, 배급, 극장 등 각 부문에서 활발히 추진중인 영화 사업에 대한 신 회장의 각별한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신 회장은 영화팬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황금시간대인 일요일 오후에 일반 고객들의 출입을 막은 채 측근들과 영화를 봤다. 이에 따라 200-300명 정도의 영화팬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일요일 주말 나들이를 즐기려는 팬들을 위해 1차적으로 배려해야 하는 영화를 배타적으로 독점한 것이다. 영화산업에 대한 신회장의 관심이 각별하다고 해도 도가 지나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특히, 영화관을 거느리고 있는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이나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은 이처럼 영화 관람을 독점한 적은 한번도 없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 회장이나 담 회장은 영화 관람시 일반 고객이 입장하는 것과 똑 같은 방식으로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관 CEO들이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행사를 갖는 것은 가끔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철저히 고객을 위한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예컨데, CJ CGV는 대표이사가 'CEO와 함께'라는 이벤트하에 전국 VIP고객을 초청해 행사를 벌이고 있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보듯 롯데그룹의 경영스타일은 황제경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친고객적이어야 할 영화 사업까지 황제경영이 짙게 깔려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 회장이 지난 일요일 영화를 관람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