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구’ 이창훈 “코미디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정상흔 기자 / 입력 : 2005.02.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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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원래 정극 배우였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또다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재 연극 ‘둘이 타는 외발자전거’(3월13일까지 대학로 창조홀)에 출연중인 이창훈은 90년대 바보 맹구 캐릭터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평정했던 TV 스타. 99년 모친의 병환을 이유로 TV 활동을 접은 다음 6년 만에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과의 절연을 선언했다.


“90년 주변의 소개로 KBS 김웅래 PD를 알게 돼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하이웨이’에 나가게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개그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쪽에서 짜여진 대본대로 연기에 충실했을 뿐인데, 개그맨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히더라고요. 타계하신 어머니의 병환은 당시 핑계였고 그때부터 코미디를 멀리했죠.”

그는 배우는 노는 것도 공부라 활동 공백기에 주로 놀러 다니고 여행을 다녔다고 전했는데, 극장 관계자들은 그가 모친의 병에 좋다는 약초를 구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산을 모조리 뒤졌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가 수년의 시간을 ‘맹구’ 이미지를 지워내기 위해 속세와 단절하고 스스로를 안으로 쉼없이 가다듬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와의 끈은 그리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지난 설연휴 기간중 방영된 설특집 프로그램 ‘코미디쇼 7080’(KBS 2TV)에 80년대 코미디언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면서 ‘맹구’ 이창훈을 비켜갈 수 없었다.


“얼마 전 김웅래 PD를 만난 적이 있는데, 나중에서야 왜 저를 찾아왔는지를 알았어요. 제가 코미디를 단호하게 배제하니까 옛날 얘기만 잔뜩 하시다가 막상 얘기를 못 꺼낸 것이지요.”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바보 맹구 캐릭터 자체에 대해서는 그 역시 애정이 각별하다. 그는 “나 역시 바보 류의 캐릭터를 좋아한다. 문명의 발달로 인간성 상실이 커져가는 이 시대에 순수하고 사회 물이 안 든 바보 캐릭터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연중인 ‘둘이 타는 외발자전거’에서 그는 왕년의 톱스타로 군림하다가 70이 넘은 나이에 예전 작품을 다시 공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병중에도 응하는 배청일 역을 맡고 있다.

“언젠가 나이가 들면 이 배역을 꼭 해보고 싶었지요. 저도 한때 엄청난 시선이 집중돼 어찌할 바를 몰랐지요. 하지만 정상에 있으면 쫓기게 마련이고 그 초조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그러나 나름대로 끝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긴 시간동안 돌고 돌아 적당한 시기에 ‘연극’이라는 고향을 찾았어요.”

이번 연극 이후의 계획을 묻자 그는 “나는 계획성이 없고 닥치는 대로 움직인다. 코미디가 아니라면 드라마에도 출연할 생각이 있다. 사실 영화도 좀 해보고 싶어서 요즘 감독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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